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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만큼 <다음 소희> 같은 영화도 흥행했으면 좋겠다.” 한 지인이 남긴 소감입니다. 하지만 <다음 소희>의 관객수는 <더 글로리>를 시청한 인구에 턱 없이 못 미칩니다.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노동운동을 다룬 영화 <카트>나 JTBC 드라마 <송곳>도 흥행과는 제법 먼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있어야 된다’는 바람과 말은 늘 돌지만, 실제로 호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뉴스민>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뉴스민은 일관되게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습니다. <카트>와 <송곳>이 담은 노동자 탄압, <다음 소희>가 다뤘던 특성화고 문제는 뉴스민의 주요 이슈였습니다. 뉴스민의 가치를 알아봤던 사람들은 ‘우리도 이런 언론을 갖게 되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뉴스민이 비관적 전망을 깨고 창간 이후 10년을 넘긴 것도 그 덕분입니다. 하지만 호평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현단계 ’없으면 안 되는 언론‘에서 ‘사라질 수 없는 언론’이라는 ‘넥스트 레벨’로 넘어가는 도중 뉴스민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금 언론시장을 장악한 언론사나 프로그램은 ‘강성 지지층’이라 불리는 이들의 것들입니다. 이들도 종종 또는 자주 소수자와 약자의 현실을 다루거나 강자가 누리는 부당이익을 겨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당파적으로 취사 선택되고 그 집단의 서사를 따릅니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아이템이 되지 못합니다. 전임 정부 장관이 저지른 입시비리에 열을 올려놓고, 자신이 지지하는 현 정부 장관 자녀 논문 문제를 옹호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사기업체에 이윤을 몰아주고 고압 송전선로 지하화마저 피해 간 건설 사업에 입도 벙긋 못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런 언론을 지탱하는 ‘강성 지지층’은 이쪽저쪽을 다 합해도 국민의 절대 다수가 아닙니다. 이들은 한쪽당파를 꽉 잡고 있으면 여론의 절반은 휘두를 수 있는 구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기는 민심이 아닙니다. 돈입니다. 저널리즘이 아니라 너절리즘인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의 경우 구독자가 80만 명을 웃돕니다. ‘80만 표’는 유력 대선 후보의 득표수의 5%에도 못 미치지만, 80만 명이 다소간에 내는 후원금은 그릇된 언론 보도에 힘을 실어줍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이 열성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다. 신중해야 하지만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볼테르의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고 가난한 시민의 매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매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광신자들의 열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것이 없어?”라고 따져묻다가도, 정작 ‘이런 것’이 생기면 지키지 못하는 탓입니다.
뉴스민이 제작하고 제가 진행하는 ‘김수민의 뉴스밑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지나며 ‘월간 지방정치’라는 에피소드를 다달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제가 출연하는 방송 중 가장 조회수가 낮은 방송입니다. 예전 ’뉴스밑장‘의 에피소드들도 그런 경향을 보였습니다. 제목에 ’대구경북’이 들어가기만 하면 조회수가 떨어졌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국가적, 전국적 사안이 펼쳐지기도 하고, 남의 지역 일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역 이슈’로 치부되기 시작하면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지처럼 여지 없이 짓밟힙니다. ‘지방의 현실’에 한탄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조회수 저조’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물론 어떤 언론이 조회수를 올렸던 방식에 대해서는 압니다. 단, 뉴스민이 그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뉴스민을 지속케 하는 방도는 무엇일까요. 우선 뜻있는 사람들부터 ’열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 열성이 다수를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유의미한 독립 영토를 확보하고, 사람을 지키고, 세상의 부조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2012년 <한겨레21> 보도를 통해 뉴스민 창간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좋은 일이지만 오래갈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뉴스민은 새로운 역사를 쓴 것입니다. <뉴스민>이 실패하면 그 다음에 올 독립언론도 실패하거나 심지어 ‘다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10년을 넘긴 뉴스민은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언론입니다. 이 보증을 믿고 후원해주십시오.
김수민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