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아파트, 경비원 부당해고 논란 일자 재계약 결정

3개월 단위 재계약···문제 다시 불거질 가능성 커
"초단기 계약, 고용불안과 권리 행사 제약···제도 개선 필요"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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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상인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A(72) 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자, 입주민들이 해고 반대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논란이 일자 A 씨와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남았다.

▲ 대구 달서구 상인동 B아파트에 입주민에 붙인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문에 주민 상당수가 서명을 했다.

지난달 B 아파트에서 4년째 일하던 A 씨가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은 지난 24일 엘리베이터 등에 A 씨 해고 취소를 요구하는 서명문을 붙였다. 자녀와 함께 서명문을 붙인 C 씨는 <뉴스민>과 만나 “760세대 중 약 500세대가 여기에 동의했다. 많은 주민들이 경비원 해고 반대에 동의했다”며 “해당 경비원은 늘 싹싹하게 주민을 대하면서 성실하게 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들 80%가 계약연장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말을 안 들었다는 것을 이유로 댔다. 주민들은 경비원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다 아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해고를 위해서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명자(83) 씨 등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몇몇 주민들도 “일 잘하는 경비 아저씨가 왜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민들 대부분 경비원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 계속 우리 아파트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고 A 씨의 해고를 안타까워했다.

▲ A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문에 입주민들이 붙인 메모

28일 오전 입주자대표회의는 긴급회의를 열고, A 씨 해고 결정을 번복하고 재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해당 경비원은 부당 해고가 아니라 계약 기간 만료로 재계약을 안 하려 했던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업무능력 평가를 거쳐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아 이뤄졌다”며 “해당 경비원은 울타리 주변 낙엽 정리와 음식물쓰레기통 청소가 미흡했다. 경비원 근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사무소 입장을 배제하고, 일부 입주민의 편의사항을 지원한 감성적인 내용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마치 우리 아파트가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져 유감스럽다. 앞서 보도된 뉴스에서도 온라인에 게재된 일부 입주민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담겨있다”고 토로했다.

27일 근무 후 28일 휴무 중이던 A 씨는 재계약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다. A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계약 연장이 돼 감개무량하다. 주민들의 호응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해고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 하겠다. 3개월 뒤에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비노동자에 대한 근로계약은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관행이 있어서 A 씨 해고 논란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B 아파트 근무 경비원 모두 3개월 단위 계약을 하고 있고, 상당수 경비노동자들이 초단기 계약을 하는 상황이다.

정은정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소장은 “2019년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이 문제가 되자 그 즈음부터 3개월 단위로 단기 계약이 점차 시작됐다. 최근엔 업계 70~80% 정도가 이렇게 계약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초단기 계약은 고용 불안 뿐 아니라 정당한 노동 권리 행사도 어렵게 한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