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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봉산문화회관(관장 김현정)이 ‘2023GAP’전을 열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는 류신정, 서현규, 우재오, 최수남이고 외부 협력기획은 이윤희가 맡았다. 전시 주제는 ‘말하지 않는 것’, 1~3전시실에서 다음달 22일까지 열린다.
전시명 ‘GAP(갭)’은 프로젝트명 ‘Glassbox Artist Project’의 약칭으로, ‘다름’과 ‘차이’의 뜻을 가졌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한 ‘GAP’전은 봉산문화회관 공모프로그램인 ‘유리상자-아트스타’ 참여작가를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열렸던 전시다. 지금까지 ‘유리상자-아트스타’에 참여했던 작가는 전체 86팀에 이른다.
이윤희는 전시 주제인 ‘말하지 않는 것’을 두고 “불확실한 죽음에 대한 불편한 감정과 진실”이라며 “우리는 장례식장의 절차화된 과정을 지나 순식간에 존재하던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사라지는 과정을 거친다. 인간이 직접 겪지 않고, 확립된 절차를 통해 정해진 만큼 사유하고, 정해진 만큼 슬픔의 시간을 가지며, 눈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지는 것이 실제 인간 죽음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죽음의 고통이나 절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함을 인식하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1전시실의 최수남 작가는 ‘탄화되는 인간’이란 설치작업을 선뵀다. 그의 작품은 마치 부처처럼 흔들림 없이 곧은 자세로, 그러나 끈에 묶인 채 앉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좌상이 불에 타고 남은 숯처럼 검은색이나, 완전히 타버린 재처럼 흰색의 좌상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 작가는 “좌상은 지금에서 도망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의 모습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10개의 탄화되는 인간(carbonizing human/생명활동을 위한 비축한 에너지를 태워 삶을 이어가는 인간을 표현)의 삶에서 느끼는 결핍과 압박감을 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같은 전시실의 우재오 작가는 입관 체험이 가능한 목관을 설치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고, 결국에는 소멸하는 사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보여준다.
우 작가는 “12년 전에 만들었던 노란색 관은 앞으로 과거가 될 나의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또한 유리상자에서 전시한 나무뿌리는 이후 이사한 곳 마당에 자리를 잡아 두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부지불식의 순간을 지금 목도하며 살고 있다”고 작업을 말했다.
2전시실의 서현규 작가는 반짝이는 금빛 철제 다리를 설치했다. 그의 다리는 종교적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상징적 경계 지점이다.
서 작가는 “교량이 가지는 의미는 구조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혹은 가상의 공간과의 연결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교량은 현대 건축 및 토목 분야에서 시대의 최고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건축구조물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현대적인 교량을 구조적으로 재해석하여 본인만의 기계미학의 조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3전시실의 류신정 작가는 공중에 현미경으로 보는 바이러스를 닮은 빛나는 별을 달았다. 그가 ‘유유 항성(悠悠 恒星)’으로 부른 이 작품에서 거대한 우주와 우주 속 미미한 인간의 존재는 서로 대비된다.
류 작가는 “역사와 문화, 생명과 죽음, 관계와 정서 속에 진실하지 않음이 진실을 사라지게 하고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 나는 거슬러 수 없는 거대한 자연 속에 우리 모두는 생(生)의 흐름(유유 悠悠)이며, 그 속에 스스로 빛나는 별(항성 恒星)이라는 것을, 이번 작품으로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월요일은 휴관이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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