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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00명을 통신사 기지국이라고 가정해보자. 기지국 253곳 중에 121곳(47.8%)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구는 12곳, 경북은 13곳이다. 그런데 대구와 경북에는 SK텔레콤 기지국만 있다. KT, LG유플러스 이용자는 기지국을 찾으려면 수도권에 올라가야 한다. 대구·경북에도 KT 이용자 20%, LG유플러스 이용자 5%는 수도권에 있는 기지국 전파를 빌려 쓰고 있다. 그렇다보니 SK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통신품질이 떨어져도 수도권에 올라가는 게 버릇이 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50%가 넘는 이용자가 없으면 기지국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20%만큼만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달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마저도 경북 영주시, 봉화군, 영양군, 울진군과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영덕군은 각각 SK텔레콤 기지국 1곳을 공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례기지국도 SK와 KT가 대부분이라 LG 이용자의 불편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 통신사 기지국 수를 300개에서 더 늘려서는 안 되고, 권역별로 이용자 수에 따라 기지국 수를 설치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이용자가 1~2%인 알뜰폰 통신사에게는 기지국을 배분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대구, 경북 사람들은 알뜰폰 통신사가 있는 지도 잘 모르고, 설사 알더라도 통화가 잘 터지지 않아서 이용자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지방은 휴대폰 이용자가 점점 줄고 있어 기지국도 하나둘 줄어들 위기에 직면해 있다. 5G가 도입됐지만, 지방에선 5G를 이용하기 어렵다. 기지국이 적다보니, 5G는 대도시 위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방을 차별하느냐고 소리쳐보지만, 이용자가 적기 때문에 무시당하기 일쑤다. 있는 기지국도 폐쇄가 눈앞이다. 4년마다 기지국 관할 범위도 바뀌고 있다.
방법은 무엇일까. 전체 기지국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 통신망 이용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기지국 숫자를 50개 정도 늘리고, 지역단위보다 전체 이용자 비율에 맞게 SK, KT, LG의 전국단위 비례 기지국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경북 13개 기지국을 이용자 비율에 맞춰 지역단위 기지국으로 SK, KT, LG에 나눠주는 방법도 있다. 4개 지역이 같이 SK 기지국 1개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8개 지역이 SK, KT, LG 기지국 각 1개씩을 함께 사용하는 편이 모든 이용자를 배려하는 방법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오는 30일부터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린다. 3가지 안이 올라왔다. 도농복합선거구제(대도시 중대선거구, 소도시 및 농촌 소선거구)+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이 중심이다. 국회의원 정원 50명을 확대하는 안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정원 확대 반대에 앞장 선 이들은 전·현 국회의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 “미국 하원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된다”고 했고, 조경태 의원은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라며 “오히려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이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신사 기지국을 80개로 줄이고, 전국단위 기지국을 없애면, 통신사와 관계없이 지방에서 쏘아올린 신호는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 중에서도, 신음하는 농촌의 신호는 더 약해질 것이다. 무엇이 지방을 살리고, 다양한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길일지는 자명하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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