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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서울 지하철 장애인들의 시위는 방송, 신문, SNS에서 유명하다. 장애인들은 1년 넘게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길 지하철 타는 곳에 모여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고된 시간을 버티는 것은 장애인도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보장받을 국민임을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인식할 수 있도록 이슈를 만들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법과 제도, 예산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지하철에 올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 권리에 대해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 놓쳐 왔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현장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출근길 시민이 겪는 불편과 피해, 지하철 관계자와 경찰의 대치와 불법에 대한 엄중 대처 입장이 주된 내용이다. 소수자 혐오를 정치적 무기로 하는 정치인과 혐오 표현을 받아쓰기하는 언론 속에서 ‘불법시위 하는, 민폐 장애인들’에 대한 혐오는 거침이 없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협의하고 성숙해야 할 이슈에 대해 오히려 언론사의 세력을 공고히 하고, 소수의 과도한 주장이라고 왜곡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에 한몫 해왔다. 그런데도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언론은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존재로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들은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들을 수 있는가’이다. ” _ 고병권, <묵묵> 중
각자도생의 시대, 먹고살기 바쁜 아침 출근길에 장애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바라볼 겨를이 없는 이들이 다수다. 정치적 표로는 소수이고, 사회적 권력이 없는 장애인은 인간다운 삶까지 포괄한 사회적 정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언론, 정치인, 행정 책임자들을 만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게 하는 존재가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민은 나에게 그런 언론이다.
2018년 6.13 지방선에서 당시 유력한 대구시장 후보가 출정식을 할 때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협약을 요구하면서 장애인단체가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시장 후보가 이동 중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선거운동이 중단됐다. 대부분 지역 언론사와 후보 측 대변인까지 후보자에 대한 폭력 사태로 거론했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운동단체는 한순간에 폭력집단이 되어버렸다.
비난과 혐오의 표현에 몰려야 했던 장애인 운동단체의 억울함을 듣고 구제한 것은 뉴스민이었다. 뉴스민은 기사로 왜 장애인단체가 유세 현장에 모였고, 생존권을 요구하는 시민으로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했으며, 테러 집단의 폭력행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당시 현장 영상도 올렸다. 뉴스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잊혀진 목소리, 듣지 못했던 목소리를 사회 구성원이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언론, 뉴스민은 대구·경북지역 장애인에게 그런 언론이다. 장애인의 삶, 장애인의 운동이 쉬지 않고 이 사회에 계속 내온 목소리를 뉴스민은 찾아와서 듣는 언론이다. 보수의 땅 대구·경북에서 뉴스민을 지지하며 독립언론과 함께하는 독자들, 바로 ‘목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와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지역에서 제 몫의 평범한 삶을 갈망하며 외치는 장애인 권리,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뉴스민은 독립언론만의 시선으로 담아왔다. 뉴스민이 전하는 시선과 목소리가 나와 지역 이웃의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절실히 체감해 왔다. 앞으로도 뉴스민이 뿌리 깊은 나무로 대구·경북에서 더 든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깨어있는 시민의, 들으려는 시민의 연대가 절실하다. 앞으로도 시민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비빌 언덕이 되는 언론사로 뉴스민이 계속 남아주길 바란다. 뉴스민이 창간 정신을 잃지 않고 활개 칠 수 있는 언론이 되도록 시민들이 뉴스민 기자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자.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