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켓볼장 2개 만든다더니, 1개 만들고 남은 예산은···달서구의회, “우리가 거수기냐” 불만

박정환 달서구의원, "의회 심의·의결과 다르게 예산 사용"
풋켓볼장 2개→ 풋켓볼장 1개, CCTV·조명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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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 달서구가 운영을 시작한 풋켓볼장 설치 과정을 두고, 의회에선 “우리가 거수기”냐 하는 불만이 나왔다. 의회 예산 심의를 통해 받은 풋켓볼장 건립비를 다른 곳에 썼다는 이유다. 반면 달서구 측은 같은 ‘체육시설 유지관리’ 명목으로 쓴 것이라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지난 6일부터 달서구 월배국민체육센터에 풋켓볼장 운영이 시작됐다. 발로 하는 포켓볼인 ‘풋켓볼(발당구)’은 5,000만원 예산을 들여 6X5m 규모로 지어졌다. 전국적으로 아직 대중화된 체육시설은 아니고, 대구에서도 처음 지어졌다. 달서구에 따르면 주로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고, 하루 20~30명 정도가 이용한다.

▲ 가족 이용객이 풋켓볼을 하고 있다. (사진=달서구)

지난해 달서구의회는 추경을 통해 풋케볼장 1개 설치 비용을 3,000만 원으로 계산해 2개 설치 비용과 여유 비용 2,000만원을 더해 총 8,000만 원을 편성했다. 달서구는 5,000만 원을 들여 1개를 설치했고, 남은 예산을 CCTV(900만 원)와 조명(2,100만 원) 설치에 사용했다.

의회에선 달서구가 애초 계획대로 풋켓볼장 2곳을 만들지도 않은 채, 남은 예산은 반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썼다며 지적했다. 지난 23일 박정환 달서구의원(국민의힘, 본리·송현·본동)은 달서구의회 29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집행부가 달서구의회를 ‘거수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지 우려스럽다”며 “집행부는 특정 체육시설(풋켓볼장) 5개를 짓겠다고 했는데, 의회 예산 심의를 통해 2개만 우선 짓기로 결정했다. 2개만 지으면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일부 증액도 했다”며 “그런데 정작 필요하다는 체육시설은 1개만 짓고, 남은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회는 주민이 낸 세금이 똑바로 쓰이도록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데, 집행부는 예산 쓰임의 필요성을 의회에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예산안을 심의하는 24명의 달서구의회 의원들은 도대체 뭔가”라고 비판했다.

달서구 체육시설팀 관계자는 “CCTV와 조명 등 주민 민원이 있어 설치를 하게 됐다. 지방재정법상 ‘공공체육시설 유지관리’로 같은 통계목에 있어서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은 아니”라며 “풋켓볼장 1개를 만드는 예산도 당초 계획과 달라져 사업비 차이가 있었다. 앞으로 의회와 소통에 더 노력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