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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故 정유엽 추모제에 참석해 참척지변(慘慽之變, 자식이 부모보다 일찍 죽는 변고)의 고통을 나눴다. 18일 오후 2시 경북 경산 행복발전소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이들은 참사 이후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진상규명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정유엽 씨 사망 3주기를 맞아 추모콘서트 ‘정유엽과 함께하는 세 번째 봄’을 열었다. 이날 추모콘서트에는 정유엽 씨 아버지인 정성재 씨가 10·29 참사 유가족 김운중 씨, 김동은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이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김운중 씨는 참사 당시 상황을 되짚으면서 참상을 알렸다. 또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함께 정유엽 사망 진상규명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우리 딸은 2020년 서울에 취직해서 코로나 때문에 어디 다니질 못했다. 작년에는 핼러윈 때 축제가 열린다기에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를 보러 갈 겸 갔다가 희생된 거 같다”며 회고를 시작했다.
이어 “29일 저녁에 소식을 듣지 못했고 30일 아침에 지인 전화를 받고 알았다. 설마 했는데 딸이 전화를 안 받더라. 다시 해보니 경찰이 받았다”며 “일단 부산에서 용산경찰서로 올라가는 중에 사망 소식을 들었다.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녹사평에서 시청까지 행진하면서, 그때 시청에 분향소도 새로 만들었다. 그 이후 계속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며 “143일째인데 수사나 처벌은 없었다.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정유엽 군 문제 해결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유엽이를 먼저 보내고 사회의 무시와 무관심,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로 자책감이 들었다. 사회에서 우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더라”며 “비난을 흘려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는 무조건 견뎌야 한다고 나한테 말하더라. 살아 있어야 뭐든 바꿀 수 있다고. 그 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 체계의 허점, 컨트롤타워 기능 부재는 계속 외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 10·29참사도 응급의료 체계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똑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희생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리고 유족에게 기억한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안다. 우리도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은 국장은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상인동 가스폭발,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확인된 것은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참사의 반복은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거를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기억할 것이다. 먼저 떠난 아이들이 바랐을, 그들이 살고 싶었을 세상, 안전한 세상. 그 미래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토크콘서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전인숙 씨의 영상 인사, 정유엽 씨 친구 박현수 씨의 편지 낭송 등 추모가 이어졌다. 가수 임정득 씨, 안무가 박정희 씨의 추모 공연도 더해졌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