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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 불법파견 항소심 재판에서 대구지방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부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민·형사 1심 재판부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대구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었다는 비판이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와 금속노조는 재판부 주심판사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후관’인 점을 지적하며 판결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17일 오후 4시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무죄판결 규탄 금속노조 대구·경북권 결의대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대구, 포항, 경주, 구미지부가 주최했고 금속노조가 주관한 이날 결의대회에는 노조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가 지적하는 재판부 문제는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판사 이영화·문채영·김아영)의 주심판사인 김아영 판사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태평양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으로 인한 근로자지위 문제를 다루는 민사소송에서 아사히글라스 측 변호를 수임했다. 김 판사는 2012년 5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2015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후 2020년 10월 법관으로 임용됐다. 2021년 3월부터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법복을 입고 있다.
금속노조는 “대구지방법원 담당 재판부는 증거자료와 입증된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대법원 판례도 무시했다. 당시 재판부에서 새롭게 제시된 사실관계도 없었다”며 “이번 판결에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불법파견 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양승태 대법원 당시 사법농단에서 보이듯,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판사가 있다”며 “임금소송 재판에서 담당 재판부는 우리 의견을 묻지도 않고 연기했다. 우리는 9년 동안 싸워온 것처럼 끝까지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사법부가 아사히글라스 자본 편을 든 판결이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 노동개악에 발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우리 투쟁으로 불법파견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은 검찰과 법원이 사건화한 것이 아니고 해고자가 투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일개 판사가 마음대로 무죄를 내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를 마치고 오후 5시 30분께 해고노동자들과 참가자 등은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에 판결 촉구 요청서를 전달을 시도했다. 경찰 저지로 법원 정문 입구에서 잠시 대치했지만 오후 6시께 요청서를 전달하고 해산했다. 제3민사부는 해고노동자들이 해고 기간 임금을 지급하라며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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