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 신축 아파트 분양 시장, ‘바지계약’ 의심 거래 다수 확인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선 정황···마이너스피 분양권 노려
노숙자 등 바지계약자 내세워 계약 후, 전세대금으로 잔금
전세기간 만료 시 전세 사기로 이어질 우려도

10:21
Voiced by Amazon Polly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가 늘고, 분양가보다 싸게 파는 ‘마이너스피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세 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바지계약’ 의심 거래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서대구역 인근 신축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사기 매매가 의심되는 사례 제보가 이어지면서 경찰은 내사에 나섰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은 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사기까지 이어질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대구 서구 평리동 A 아파트는 최근 분양권 전매 거래 과정에서 ‘바지계약’ 의심  매매건으로 분류된 4세대의 대출 승계가 거절됐다. 조합과 건설사 측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분양권 전매 중 일부에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끼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과 부동산, 건설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바지계약’ 방식은 이렇다. 34평 아파트의 분양가가 4억 5,000만 원이라면, 계약금 10%인 4,500만 원을 내면 계약이 성사된다. 문제는 마이너스피다. 마이너스피 6,500만 원의 매물일 경우 전매가 성사되면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2,000만 원의 웃돈을 얹어 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노숙자 등의 명의를 빌려 ‘바지계약’을 하고, 명의자와 중개한 부동산에는 수고비를 지급한다. 중도금은 대출을, 잔금은 입주할 전세계약자를 통해 충당한다.

<뉴스민>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작년 6월 1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A 아파트의 분양입주건 실거래가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1~3건 사이로 저조했던 거래량이 지난해 12월 7건으로 늘더니 2월에는 25건까지 늘었다.

경찰이 확인 중인 B 아파트는 더욱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9월 7건에 그쳤던 거래량은 10월 22건으로 늘어난 다음, 올해 2월에는 61건까지 늘었다. B 아파트는 당장 이번 달부터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해당 지역의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은행과 건설사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재직증명서,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등 소득증빙 자료를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전세계약자의 입주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루고 키를 주겠다’고 하겠지만 보통 사기업체의 목적은 목돈인 전세금이다. 전세 사기로 이어져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패턴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한번 유행했던 방식”이라며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작업을 하던 컨설팅업체가 대구까지 내려온 걸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매도자 입장에서는 쪼일 수밖에 없다. 이걸 노리고 바지계약자를 앞세운 컨설팅업체 여럿이 대구 전역에 퍼져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달성경찰서는 “해당 내용을 제보 받고 정확한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