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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려대구]는 대구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2주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김보현: 3월 10일, 다섯 번째 모임입니다. 오늘은 이지윤 님(직장인, 30), 이문호 님(대학원생, 29)을 게스트로 모셨습니다. 7명이 모이니 시끌시끌하네요. 주제에 따라 이렇게 종종 게스트를 초대하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합계출산율을 발표했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보다 0.03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회원국 중 꼴찌죠. 그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선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왔습니다. 결혼과 첫 출산이 늦어지는 현실에서 당연한 통계란 생각도 들고요. 오늘은 우리 세대에 연애와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보겠습니다. 몇 가지 소주제를 잡았습니다. 첫번째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왜 인기가 많은가 입니다.
이명은: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솔로지옥’, ‘나는솔로’, ‘환승연애’,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정도가 생각나네요. 전부 챙겨보시는 분은 없어도 다들 프로그램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죠?
이지윤: 저는 쇼츠(짧은 영상)로 봤어요. 2030세대는 10명 중 4명이 연애를 안 한다는데, 대리만족으로 보는 게 아닐까요?
이학선: 왜 안 할까요?
조영태: 여유가 없으니까.
보현: 연애를 안 하는데 연애프로그램을 왜 보는 거죠? 그리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 아닌가요?
이문호: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이랑 ‘못’은 불분명하고. (다 같이 웃음)
학선: 연애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더라고요. 대리만족 차원 보다 유희, 그러니까 연애와 사랑의 어떤 한 조각을 떼와서 이걸 재가공해 놀이거리로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명은: 연애라는 게 특히 감정이입이 잘 되는 소재인 것 같아요. 실제 커플이 나오는 프로그램인 환승연애 같은 경우는 보면서 박수를 치거나 울기도 하거든요.
유경진: 연애라는 게 사실 개인적인 영역이잖아요. 다른 이들의 개인적인 부분을 엿본다는 것에서 연애 리얼리티가 좀 특별한 것 같아요.
학선: 한국에 연애 리얼리티가 난립하기 전에 이 유행을 만들어 낸 시초로 넷플릭스의 ‘투핫’을 꼽더라고요. 육체미를 과시하는 남녀 주인공들을 고립된 장소에 모아놓고 긴장감을 보여주는 형태인데, 한국에서도 이걸 벤치마킹해서 나온 프로그램이 대박이 났죠.
영태: 제가 어릴 때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는데, 연예인들이 가상결혼을 해서 결혼생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잖아요. 이젠 연예인들에게 그때만큼 환상이나 기대를 갖지 않으니까 일반인을 등장시켜서 비교적 우리가 그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느낌을 소비하게 하는 것 같아요.
경진: 어릴 때 이야기를 하니, ‘나는 펫’이라는 케이블 티비 프로그램도 생각이 나네요. 그땐 판타지화된 연애를 팔았다면, 지금은 연애 자체가 판타지가 된 게 아닐까요?
문호: 제 생각에도 (연애 과정에 필요한)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하니까, 연애에서 오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연애 리얼리티에 감정이입 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걸 통해서 일종의 사람 보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경진: 연애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다는 부분을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실제 그런가?
문호: 그 비용은 객관적이라기보다, 삶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관계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연애는 썸이든 뭐든 처음에 이 불확실성을 가진 관계를 형성하고 난 다음에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이걸 뚫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일이 된 게 아닌가. 옛날처럼, 미래에 대한, 자기 개인적 삶에 대한 낙관이 있었을 땐 그런 관계가 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지금의 청년 세대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이 연애 관계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태: 좀 덧붙이자면 SNS 세대이기에 증명하고 과시해야 한다는 압박에 늘 시달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보현: 저는 한편으론 TV에서 OTT로 플랫폼이 넘어가면서, 이들이 시대 흐름을 굉장히 빠르게 읽는다고 생각했어요. 웨이브에서 만든 ‘남의 연애’나 ‘메리퀴어’는 퀴어 연애 리얼리티였거든요. 공중파에서 나오기 힘든 소재죠.
연애부터 부담스러운 세대
경진 “지금은 연애 자체가 판타지된 것 같아”
학선 “연애 예능 통해 사람 보는 훈련해”
보현: 자연스럽게 두 번째 소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연애나 결혼은 사치’라는 문구가 일상적 혹은 자조적으로 사용되는데 실제 나나 내 주변에서도 그렇게 느끼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지윤: 지금 내 상태에서 연애하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의 질문으로 이해돼요. ‘연애만 하면 내가 정말 완벽할 것 같아’가 아니라, 대부분이 ‘지금 내 직업도 성취도 마음에 안 드는데 연애를 어떻게 해’라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경진: 사람에 대한 불신도 우리 세대가 특히 강하다고 느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이제 랜덤박스를 딱 까잖아요. 몇 번의 안 좋은 경험을 하면 랜덤박스를 아예 까고 싶지 않은 거죠.
문호: 완전히 랜덤박스는 아니잖아요. 굳이 따지면 인형뽑기 같은 거죠. 안이 보이잖아요.
학선: 청년 전반이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보거든요. 이전 세대보다 주어진 조건 자체도 그렇고, ‘실패하면 안 된다’고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연애를 할 때도 조심하게 되는 거죠. 내가 이 사람에게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과 품과 마음을 투입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효능이 얼마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물론 모두가 그렇게 계산하고 연애하는 건 아니지만요.
문호: 실패에 대한 기준치가 너무 높아진 것 같아요. 무엇을 실패라고 규정짓느냐가 그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연관돼 있는 문제잖아요. 여기서 우리가 어떤 삶의 각본이나 연애의 각본이 있다고 상정하고, 그 각본에서 벗어나는 걸 굉장히 쉽게 실패로 단정 짓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단적으로, 만났다가 헤어지는 걸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명은: 비슷하게는 자격요건,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연애를 하려면 차키가 있어야 하고. 이런 게 지금은 좀 정해져 있다고 느껴요.
문호: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돼서, 옛날엔 월세방에서 시작해도 월세방에서 끝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초기 자산값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된 거죠. 연애를 할 때도 객관적인 가치 비교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관계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요.
지윤: 장치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인증을 통해서 회사 이름을 밝히고, 소통하잖아요. 그 앱에 들어가 보면 ‘삼성, 하이닉스’라는 직장명을 걸고 애인을 구한다는 글이 많아요.
학선: 사람들이 실패의 범위를 넓게 본다고 하셨잖아요. 한편으론 작은 실패를 했을 때 빨리 빠져나오면 그나마 회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큰 실패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는 거죠. 말씀하신 커뮤니티 앱, 소개팅 앱이 부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거고요.
보현: 한편으론 ‘그게 우리 세대만의 특징인가? 부모 세대, 혹은 그 이전의 역사에선 안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문호: 계속 있었던 건 맞는데, 지금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기술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경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보현: 자본이 가장 민감하게 사람들의 심리에 반응하잖아요. 여러 예시가 있겠죠. 데이팅 앱은 점점 학벌, 소득, 외모 등을 세분화해서 타겟팅하고요.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기사를 쓴 적도 있는데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많아져도 시장에서 결혼이 상품으로 취급될 땐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내용이었어요. 여전히 여성은 나이와 외모를, 남성은 소득을 증명해야 잘 팔린다는 거죠. 한 교수님이 “비혼이나 동거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실천들이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장과 고용 형태는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은 환상을 판매하는 것”이라 해석한 게 기억나네요.
결혼은 사치?
보현 “새로운 가족 관계에 들어가는 스트레스나 비용 부담스러워”
경진 “결혼은 대학교 졸업장 같은 것…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증명”
문호: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다들 결혼에 대해서도 사치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현: 저는 새로운 가족과 관계가 생기는 게 부담스러워요. 거기에 들어가는 스트레스나 비용을 생각하면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영태: 사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형이나 친구들이 결혼해서 사는 모습을 보면 또 다른 행복이 있다고 말하거든요. 그 안에서 책임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학선: 사치라는 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분수에 맞지 않게 갑자기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면 사치라고 표현하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이 돈으로 다른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 데 그걸 포기하고 저걸 산다’는 게 사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우리가 결혼을 위해서 뭘 포기했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진: 결혼은 사치보단 대학교 졸업장 같아요. 누구나 좀 더 스탠다드하고 사회의 주류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는 데서 대학 졸업장처럼 가능하다면 거쳐야 하는 과정 같아요. 저는 복지 관련 일을 하니까,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취약 계층을 자주 본단 말이에요. 선입견일 수 있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혼자 살아가는 힘이 평균적으로 약한 것 같더라고요. 남성과 여성의 소득수준이 비슷한데도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아침에 샤워하는 등 자기 스스로 돌보는 힘은 남성 쪽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지윤: 혼자 사는 여성에게는 노처녀 히스테리, 마녀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느껴요.
보현: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남성은 어릴 적부터 엄마로부터 시작해 돌봄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본 커플, 혹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여성이 남성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비혼을 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죠.
학선: 우리가 현실적인 사랑과 낭만적인 사랑을 구분하잖아요. 각자의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기쁨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을 돌보는 것, 밥을 차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가부장적이고 구리다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그걸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치판단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보현: 저는 좀 생각이 다른 게, 제 안의 그런 면이 원치 않게 체화된 부분이거든요. 여전히 직장, 가족 등 일상적 관계 속에서 ‘남편 아침밥을 차려주냐’, ‘신혼에는 그래도 챙겨야 한다’는 말을 한다는 거죠. 나의 기호에 외부 요인의 영향이 과연 없을까요?
학선: 밥을 챙겨주는 것도, 아침을 먹지 않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자연스러운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맞아요.
명은: 그런 자연스러움이 어떤 정형화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점점 다양해진다고 느껴요. A에서 Z까지 있다면 알파, 베타까지 무한대로 쭉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걸 인정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젠더갈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영태 “20대 남성 다수 결혼에 페미니즘 고려해”
경진 “내게 편한 환경이나 경계가 받아들여 지지 않는 확률”
학선: 또 하나는요.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하면서, 별로 동의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젠더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늘 의아했어요.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서로를 이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는데 연애를 하네, 그게 참 미스터리 아닌가요.
영태: 사전에 함께 읽어본 주간지 ‘시사인’에서 그런 통계가 나왔죠. 20대 남성의 60% 이상이 결혼이나 연애를 할 때 페미니즘을 고려한다고요. 40%가 넘는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부정적이죠. 페미니즘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없다는 뜻이죠.
경진: 대변해보자면, 내가 체화돼 있거나, 혹은 편한 환경이나 경계가 존재할 텐데 아무래도 상대 여성에게 페미니즘이라는 의식이 있다면 그것과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문호: 지금 제도 안에서 형성된 자신의 욕망이 있잖아요. 그동안 그 욕망이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욕망이라 생각했지만 이 친구는 거절할 수 있다,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전형적인 연애 각본에서 예를 들자면 ‘나는 아침밥이 몸에 좋다고 배웠고, 여자가 아침밥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그걸 안 받아줄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인 거죠.
학선: 둘 다 오버라고 생각해요. 남자 쪽에서 아침을 차려달라 요구하는 것과, 거기에 대응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해’라고 말하는 것 둘 다 다른 곳에 대한 분노를 상대방에게 푸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문호: 전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해요. 페미니즘 이슈들이 개인적 삶에서 드러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걸 항상 사회적으로 얘기하는 방법만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서로 합의를 하면 되는 거라고 봐요.
학선: 손쉽게 ‘너 한남’, ‘너 페미’라고 하는 것도 사회적 소통의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그 관계 속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당위를 가져와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삶을 해석을 못 하는 거죠. 그게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해요.
명은: 말씀해주신 것처럼 개인과 개인으로 본다면 잘 풀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사회에서 개인으로만 존재하진 않잖아요. 남성이기 때문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학습된 부분이 있고, 집단으로서의 나도 인정하면서 그 폭까지 넓혀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문호: 학선님 얘기에 유의미한 지점들이 있지만, 그건 개인과 사회의 이분법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아요. 명은님 얘기는 개인이라는 존재도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사회적 맥락을 엄격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논지 같고요.
합계출산율 0.78명 시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지윤 “결혼도 임신도 늦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경진 “비혼, 동거 등 다양한 중간지대 열려야 출산율도 올라갈 것”
보현: 이야기를 돌려보면, 합계출산율 0.78명에 대한 심각성을 다룬 뉴스가 지난주부터 뜨거웠는데 다들 보셨죠.
지윤: 여성의 임신 시기가 늦어지니까 당연한 수치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주변의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난자 냉동에 관심이 많거든요.
문호: 기사를 찾아보니까, 남성도 여성도, 대학을 대부분 가고 평균 초혼 연령이 높아지죠. 결혼을 하고 애를 낳더라도 한 명 낳고 그다음이 없는 거죠. 기혼자 출산율은 1.5명 정도예요.
지윤: 10명 중 4명이 연애를 하는데 그중에 결혼까지 하는 사람은 더 적겠죠.
경진: 우리가 애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이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린 중간지대가 없어요. 비혼이나 동거 관계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울 때 제도적인 지원을 비교적 똑같이 받을 수 있는데 우린 그렇지 못하잖아요.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이것부터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문호: 비혼 출산율이 우리나라가 OECD에서 가장 낮대요.
학선: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가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특히 여성들이 애를 낳고 직장을 많이 그만두잖아요.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지만 어떤 여성이 정자만 기증을 받아서 키우면서 일도 할 수 있다면, 사회적 돌봄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 한다면 출산을 지금처럼 심사숙고해서, 물론 출산이 쉬운 일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까지 생각해서 결정하진 않을 거란 말이죠.
지윤: 고용 문제까지 연결이 돼요. 최근 직장에서 신규 채용을 하는데, 심사 하면서 남성만 골라내요. 20명이 지원을 하면 14명이 여자고 6명이 남자거든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업무 공백이 심각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남성을 뽑으려 한다는 거죠.
문호: 다른 차원에서 얘기해보고 싶은 게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입장도 있더라고요. 신생아 수가 줄어든 것에 적응하면 되는 문제지, 어떻게 해서든 애를 낳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
경진: 그 논의에서 주로 나오는 반대가 이런 거죠. 국가가 성장하거나 경제 규모가 커지는 데 있어서 인구수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인구가 유지된다는 것도 아니고 급격히 줄어든다고 하면 미래산업에 투자를 안 하게 되잖아요.
문호: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이민자를 더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죠. 그리고 ‘비혼주의자, 혹은 출산을 원치 않는 이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고요.
보현: 이야기를 마무리해보겠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꿈을 공유해보죠. 전 아직은 자유로운 상태로 남아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명은: 경제적인 면에서 결혼이 사치라고 느껴지진 않거든요. 그보단 저에게 뭔가 더 많은 역할이 부여되고, 난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데 결혼하면 누구의 아내, 부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해요.
학선: 저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제 인생 최종 꿈이에요. 평균 타입의 4인 가족을 꾸리고 싶어요. 안정적이고 안전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거든요. 아까 가족이 늘어나는 게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반대로 내 가족이 생긴다는 느낌이거든요. 내가 바뀐다는 느낌도 좋아요.
경진: 유모차 미는 아빠이고 싶어요.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가는 게 꿈이에요.
문호: 저도 비슷해요. 나 닮은 사람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정리=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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