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를 괴롭혔던 청소년들을 강하게 처벌해야한다고.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 뿌리 깊게 박혀있는 비인권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오로지 공부만이 학생의 의무라며 끝없는 경쟁 속에 몰아넣는 교육, 처벌을 넘어 근본적인 우리의 교육현실들을 바꾸려 노력해야합니다. 진심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해야합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살고 싶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합동추모집회에서 반딧불이 학생들의 공연 일부다. 13일 오후 6시 30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합동추모집회 ‘안녕’이 열렸다. 반딧불이, 우리세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주최로 열린 추모집회는 100여명이 참석해 “학생인권 없는 학교폭력 해결 없다. 학생을 인격의 주체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언론은 가해 학생의 폭력행위와 처벌을 집중 조명했다. 정부와 학교는 상담체계 확보, 학내에 경찰 배치 등의 해결방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을 달랐다.
추모 묵념과 함께 시작한 집회는 폭력없는 학교를 바라는 이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아수나로 대구지부의 샤울라 씨는 “추모집회 이름이 ‘안녕’인 이유는 모든 폭력과의 작별을 위함이다. 언론들이 가해자 엄중처벌에 집중하지만 그 학생도 피해자”라며 “교사에 의한 폭력이 학생간 폭력을 정당화 시킨다. 모든 폭력 근절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김수정(가명) 씨는 “학생간 폭력은 이전에도 있었다. 설문조사 하고 경찰 투입 한다고 하는데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 입시경쟁, 미친 교육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김다연 씨는 “이 사건 이후 학교에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했다. 그런데 1993년도에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는 식”이라며 학교의 무책임한 대책을 지적했다.
손호만 대구자연과학고 교사는 “교사로서 이 자리에 서있는 게 부끄럽다. 하지만 갑자기 학교폭력에 이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싫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많이 해서, 문제가 많은 것처럼 말하며 이제와 보호해주겠다고 한다. 보호대상이 아니라 학생을 인격적 주체로 대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세상 학생들은 ‘체벌없는 학교’, ‘두발, 휴대폰 단속 기분나빠’, ‘대구도 학생인권조례 제정’등의 내용이 담긴 카드섹션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차가운 날씨에도 많은 학생들은 오후 8시까지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 전하는 엽서 쓰기, 학생인권보장 쪽지 쓰기 등이 진행됐다.
한편, 경기도와 광주시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학생인권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다. 대구학생인권연대도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해 매일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1인 시위와 조례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폭력없는 대구종교시민단체들은 17일 오후 7시 대구가톨릭회관에서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3번째 토론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