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장협의회)가 부적절한 예산 사용으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전국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균형발전협의회)도 적법한 절차 없이 세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균형발전협의회는 광역시도 의회 의장과 기초 시군 의회 의장을 회원으로 지난 2007년 창립했다. (관련 기사=‘해외연수’, ‘명절선물’…의장님들 ‘멋대로’ 쓴 기초의장협의회 예산(‘16.4.29), 의장님, 베트남 설 연휴에 다낭시청은 왜 갔나요?(‘16.5.2), “임태상 대구 서구의회 의장, 시민에게 사과해야”(‘16.5.3))
균형발전협의회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수도권 시도의회 의장을 제외한 비수도권 의회 의장들로 구성돼 창립했다. 협의회 회칙을 보면 비수도권 14개 시도의회 의장과 12개 의장협의회의 대표 회장 등 26명이 ‘당연직’ 회원이다.
문제는 균형발전협의회 예산을 각 회원이 의장으로 있는 의회 예산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08년부터 의회 공통 경비에서 200만 원씩 지출하다가 2013년부터는 균형발전협의회 부담금 예산을 따로 편성했다. 대구 기초 구군에서도 100만 원씩 예산을 배정했는데, 해마다 회원으로 포함되는 의회가 달라서 예산을 배정하는 곳도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성구의회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100만 원씩 부담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동구의회가, 2013년, 2014년에는 남구의회가 부담했다. 지난해부터는 임태상 서구의회 의장이 균형발전협의회 회원이 됐다. 서구의회는 작년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서 의회 공통경비에서 예산을 지출했고, 올해는 예산을 편성했다.
서구의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예산 편성을 2014년에 했고, 편성 당시에는 의장님이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편성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다른 예산을 부담금으로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예산편성기준 모두 근거 없어
국가 예산 지출 가능한 협의체는 행자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관련 조항과 정부의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따르면 균형발전협의회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할 근거가 없다. 지방자치법 165조를 보면 지자체장이나 의장은 상호 교류와 협력 증진, 공동의 문제 협의를 위해 전국적 협의체를 설립할 수 있다. 이렇게 설립된 협의체는 행정자치부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된 협의체는 법과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지자체 부담금으로 운영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지자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협의체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 의회의장협의회 등 이른바 지방 4대 협의체다. 이 지방 4대 협의체는 지방자치법 165조의 적용을 받는다. 이외에도 같은 법 152조에 따라 설립된 협의체도 있지만, 균형발전협의회는 둘 중 어느 것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법과 상관없이 인위적으로도 구성하는 곳이 있다. 균형발전협의회는 법에 따라 만들어진 협의회가 아니라 그런 곳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예산을 편성해서 쓸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균형발전협의회에 지자체 예산을 사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법적 근거 없는데, 왜 예산을…?
“의장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어”
“의장들이 회비 내고 운영해야”
그렇다면 각 의회에서 이렇게 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균형발전협의회 예산이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는 예산이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런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균형 발전 협의회의 설립 취지나 목적이 지역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구의회 관계자 역시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균형발전협의회 역시 전국적 협의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지역 정치인은 “적법하지 않은 예산”이라며 “필요한 일이라면 회원으로 들어간 의장이 회비를 충당하는 것이 명분도, 법적으로도 옳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정치인은 “예산 편성 기준이 없으므로 의회에서는 예산 편성을 주저하곤 한다”며 “하지만 회원으로 들어간 의장이 의회에 재차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