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박정희 숭모관 1,000억? 누구 집 애 이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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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정희 하는 거, 반대라. 우리 시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역사에는 남겠지만. 지금도 예산 없어서 헤매잖아요. 그것 또 추가로 한다고 TV에 나왔길래 필요하겠나 싶더라고요.” 일흔의 문영숙 씨는 2023년의 구미에는 ‘박정희 숭모관’ 보다 ‘공공산후조리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붉은 스티커를 집어 든 그는 별 고민 없이 왼쪽 상단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란으로 손을 옮겼다. 지난해 10월 개소한 김천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에 든 돈이 50억, 1,000억 원이면 20개는 너끈히 지을 수 있다.

<뉴스민>이 구미참여연대와 함께 ‘그돈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구미시가 박정희 숭모관을 새로 짓는데 쓰겠다며 밝힌 그 돈, 1,000억 원. 그 돈을 박정희 숭모관이 아니라 구미에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데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프로젝트다.

▲지난 26일 뉴스민과 구미참여연대가 함께 준비한 그돈씨! 캠페인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실, 구미시가 박정희를 기념하기 위해 쓴 돈은 이미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박정희 생가터를 성역화하는데만 1,200여억 원이 들었다.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비로 312억 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에는 907억 원을 썼다. 2020년엔 이곳 관람객을 늘려보겠다는 요량으로 50억 원을 더 들여 콘텐츠 보강 공사도 진행했다. 돈은 이전부터도 계속 쓰였다. 2012년 최민희 전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1,270억 원이 추모 사업에 소모됐다. 구미시는 매년 돈을 들여 추모제도 지낸다. 올해도 1,200만 원이 추모제에 쓰인다.

박정희의 공과를 다투는 데 힘을 허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힘을 좀 더 생산적인데 쓰는 게 나을 거 같다는 게 <뉴스민>이 판단이고, 구미참여연대의 생각이다. 박정희를 추모하는데 수천억 원을 들인다고 해서 그것이 구미 시민들에게 무슨 득이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박정희 생가는 정쟁의 장으로 거듭났다. 노동자 파업이 일 때마다 지적되는 ‘시민 불편’은 정쟁의 장으로 거듭난 박정희 생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친박 정당과 시민단체가 때 되면 찾아와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한다. 구미시가 밝힌 박정희 추모관 누적 방문객 425만 명에도 그들의 지분이 적지 않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 보면 더 시민들에게 도움 되는 정책은 발에 차인다. 김천시가 지난해 건립해 문을 연 공공산후조리원은 시민 누구나가 가고 싶은 조리원이 되어 매달 예약 경쟁에 불티가 난다. 1억 원 정도면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1개소를 짓는데 10억 원이면 족하다. 교복비가 더 저렴한 것도 아닌데, 포항과 김천에선 30만 원씩 지급하는 교복지원금은 구미에 산다는 이유로 20만 원밖에 못 받는다.

26일 뉴스민은 구미참여연대와 함께 처음 구미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직접 의견도 물었다.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남녀노소 불문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짓거나, 놀이터를 만들고, 교복지원금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개선하라는 주문도 있었고, 노후화된 공원 운동 시설을 보수하라고도 부탁했다.

박정희를 기리지 말라는 게 아니다. 과하다는 거다. 송정동에 산다는 67세 여성 김 씨는 “구미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박정희 때문이다! 나는 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그 비용이 1,000억 원이라는 이야길 듣곤 깜짝 놀랐다. “1,000억 원이 누구 집 애 이름이가?”라고 했고, “100억도 많다”고 했다. <뉴스민>은 김 씨와 같은 시민들의 이야길 듣고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 묻고, 답을 받고, 알리고, 다시 묻고, 답을 받을 계획이다. 그래서 그 돈이 구미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도록 함께 할 예정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