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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망자만 4만 천여 명이고 부상자는 11만 5천여 명이다 (2.15 기준). 영상을 보면 폭격을 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땅이 파도처럼 너울거리고 뒤집힌다. 처참한 모습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장과 다를 바가 없다. 지진과 전쟁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길은 없을까?
지진은 현대과학으로도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한다. 속수무책이다. 튀르키예는 지진세까지 거둬서 대비하려 했으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참사를 키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 와중에 최대 피해지역의 하나인 남부 ‘하타이’주의 ‘에르진’시는 지진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건물 붕괴도 없었다.
시 당국은 지진에 대비, 엄격하게 법규에 따라 건물을 지어야만 허가를 내주었다. 시민들은 규제가 심하다고 반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예측불허의 강도 7.8의 지진에도 끄떡없는 도시를 만든 것은 철저한 대비였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가 뭐래도 지진과 전쟁은 인류 최악의 적이다.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처참한 결과만 보면 유사하다. 우·러 전쟁 간 포격으로 초토화된 시가지와 널브러진 시신 등 비참한 모습은 흡사하다. 지진과 전쟁! 그 공통점과 다른 점을 보며 돌파구를 찾아보자.
먼저 공통점은 ‘충돌’이다. 지진은 지각과 지각의 충돌이고, 전쟁은 세력과 세력 간 충돌이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의 충돌이다. 우·러 전쟁은 처음에는 국가 간 전쟁이었다. 이제 서방 대 반서방 간 충돌로 가고 있다. 이번 지진은 6000km 밖까지 지축을 흔들었다. 우·러 전쟁에는 세계 각국이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충돌의 내용은 다르나 충격의 여파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다른 점도 있다.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나, 전쟁은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지진과 관련해 그 어느 국가도 정확한 지점과 시기를 예측한 적이 없다. 일부 동물의 움직임 등 전조현상이 있으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객관적 보도로 유명한 영국의 BBC 방송이 취재한 결과이다.
지진과 달리 전쟁은 예측이 가능하므로 예방도 할 수 있다. 상대국보다 힘의 우위를 점하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적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여 도발을 예측한다. 문제는 예측은 정확히 했으나 대비하지 않으면 이 또한 속수무책이다. 6.25전쟁이 그랬다. 정확하게 전쟁발발을 예측했으나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결과는 참담했다.
아르젠시가 사상 최악의 지진에서도 살아남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 도발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만반의 태세와 능력을 갖추자. 그리하면 감히 도발할 수 없을 것이다. 지진이든 전쟁이든 철통같은 대비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