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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법원은 아사히글라스의 파견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여러 번 현장조사까지 거쳐 유죄를 선고한 1심 이후 변동 사항이 없었는데도 판결은 달랐습니다. 지난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추모식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추모 행사에 참여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추모식 현장에는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가 대구시의 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추모식 반대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16일은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지 만 2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행정명령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착잡합니다. 부당한 해고 사유를 파악하고 분석해 폭로하면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도울 수 있으리라, 사회적 갈등을 풀어야 할 정치 행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를 비판하면 영향을 미치리라,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음을 알리면 제도가 작동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스민을 창간했던 스물여덟, 언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못했습니다. 언론이 아니라, 뉴스민이 그러지 못했습니다.
28살 청년이 39살 중년이 되고 보니 돌아보게 됩니다. 출근 후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장애인이 더는 시설에만 갇혀 살지 않도록, 선출된 공직자가 시민 의견을 잘 반영하도록 하는데 뉴스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에드가 스노우는 서른 셋에 <중국의 붉은 별>을 썼고, 조지 오웰은 서른 여섯에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는데···’라며 과한 목표 앞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2014년 청도 송전탑 반대 운동(인터랙티브 삼평리 사람들), 2016년 사드 반대 운동, 2018년 경북민심번역기, 2019년 경북의 독립운동가, 2020년 코로나19 대구보고서, 2022년 신호, 등을 돌아보면서 부족한 점을 찾아봤습니다. 지역을 기록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해왔지만, 더 많은 시민과 문제를 풀어가는 시도는 부족했습니다. 대구·경북에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싶은 젊은 언론인의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으면서도 재정 안정을 이루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뉴스민>은 제2창간 운동에 나섭니다.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일은 기본입니다. 지역 문제 해법을 찾아가고, 갈등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언론이 있어야 합니다. 뉴스민은 그 시작으로 구미참여연대와 ‘마이구미 1,000억 희망씨앗’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박정희 숭모관 건립에 1,000억 원을 짓는 대신에 시민이 원하는 사업을 찾고, 시정에 반영하도록 올 한 해 동안 현장을 누비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사회운동에 대한 평가와 그때 그 사람들의 현재를 담은 기획도 지역 출판사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청도 송전탑 건설 강제 집행 10년이고, 2025년이면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대구지역 동네마다 활동하고 있는 마을방송국과 함께 공동 기획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구·경북의 변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제2창간 운동을 함께할 제2창간위원회, 뉴스민 독자모임도 곧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 뉴스민의 역할과 소명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민과 함께 지키고 싶은 사람들, 뉴스민을 지키고 싶은 이들과 함께 제2창간을 위한 후원의 밤을 오는 3월 31일 열고자 합니다. 2월 20일 기준으로 뉴민스(독자회원)는 518명입니다. 1,000명이 되면 한동안은 뉴스민 존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든든한 버팀목,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사회운동의 거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뉴스민에 시간을 빌려주십시오.
천용길 뉴스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