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문제 해결, 공공병원 늘리는 것부터···제2대구의료원도 그중 하나”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 청구 정책토론회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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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수의료 자체가 붕괴되고 있고 의료비 급증과 재정 위기는 앞으로 분명히 닥쳐올 상황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역 의료 격차, 지역 소멸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점의 원인은 결국 민간 의료기관 중심 의료 시스템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부족한 공공성 때문이다. 해소 방안은 결국 전략적으로 공공병원을 일단 좀 늘려야 된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공공병원 전도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오랫동안, 여러 차례 공공병원 확충을 주장해왔다.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제2의료원 관련 사항 및 공공의료 강화 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서도 그는 같은 이야길 했다. 조 회장은 홍준표 대구시장 이후 진행이 멈춘 제2대구의료원 건립에 대해서도 좌고우면할 것 없이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조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짚으면서 민간 중심, 실손보험 바탕의 비정상적 의료체계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접근성도 좋고, 싼 가격에 많은 국민이 편하게 이용한다. 병원비도 싸고, 언제나 병원가면 늘 친절하게 배꼽 인사를 하면서 약 달라면 약 주고, 사진 찍어달라면 사진 찍어주고 다 그런다”고 평하면서도 “그런데 과연 우리 의료체계가 좋은 걸까?”라고 의문을 전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어서 조 회장은 수없이 발생한 의료 사고, 미충족 의료, 재난적 의료비, 기형적인 실손보험 체계, 의료전달체계 붕괴, 경상의료비 비중 가파른 상승,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 문제 등을 하나씩 나열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OECD 국가 평균의 6배에 달한다. 재난적 의료비는 질병과 부상 등으로 인해 치료, 재활 과정에서 소득과 재산 수준에 비춰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의료 비용을 의미한다.

한 국가 국민이 한 해 동안 지출하는 의료 비용을 의미하는 경상의료비 비율도 2003년 4.4%에서 2020년 8.4%까지 2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이 7.9%에서 9.7% 수준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경상의료비 증가가 응급, 암, 감염, 재활, 노인, 장애인 등 필수의료분야라면 감수라도 하겠지만, 많은 경우 실손보험을 배경으로한 과잉진료나 미용, 성형이거나 의학적 근거 없는 가짜 진료라는 게 조 회장의 지적이다.

OECD(2017년)와 비교하면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3배 가량 많고, 연간 외래진료 횟수도 2.30배, 재원일수 2.25배 많지만 1,000명당 의사는 70% 수준이고, 간호사도 80% 수준으로 만성적인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문제 해결의 출발은 공공병원 확충에서 부터 시작하고, 제2대구의료원 건립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재난적 의료비 비중 높고,
경상의료비 비중도 가파르게 늘어
하지만 필수의료보다 비필수의료에 치중

조 회장은 “지나친 영리 행위 등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라며 “그걸 내버려 둔다면 국가가 있을 이유가 없다. 거기에서 공공병원은 굉장히 중요한 툴이다. 토론회 주제인 제2대구의료원을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본다. 하나는 해외 의사를 수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를 빨리 양성화해서 의사 업무를 내려주는 것”이라며 “홍길동이 머리털 뽑아 만들 듯 의사를 만들 방법이 없다. 현재 의대 정원을 2배 늘려도 정상화하는데 1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어려운 여건이지만 보건의료를 정상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인프라 확충하고, 인력 늘리고, 시스템 갖추는 건데, 가장 빨리할 수 있는 것이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며 공공병원을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 문제 해결이 안 되면 공공병원 안 짓는다는 이야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이야기다. 인력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나서 긴급조치를 발동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라며 “해외의사 수입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절반이 해외 의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병원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들이 온다. 제2의료원을 짓되 현재 의료원도 기능을 강화하고 의사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의 여러 재정 지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목표를 그렇게 가져가면 오히려 문제는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제2인천의료원 추진 상황을 전하면서 “인천은 제2의료원이 필요하다는 시민운동이 20년 정도 이어졌다. 정치적으론 여야가 자주 바뀌는 동네이기도 하다”며 “정치인이 늘 불안한 곳이라 여야 불문 제2의료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 미루는 과정을 겪었다.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서 이번 시장도 제2의료원을 공약으로 담아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이 지난해 11월 시민 4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정책토론회를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조 회장과 서창민 대구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이 발제에 나섰고 이정현 새공공병원시민행동 공동대표, 김종연 대구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김진영 대구시 공공의료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