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인 이은경(37) 씨는 일해도 돈을 벌지 못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비를 받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만큼 수급비가 깎인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는 게 의미가 없어요. 남편은 뇌병변장애인인데 부양의무자가 있어서 수급비조차 못 받아요”
세계 노동절을 맞아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29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가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한다 ‘라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화두에 오른 것은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다. 공공고용제란 관공서·공공기관을 비롯해 비영리 민간단체까지 이르는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지자체가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비장애인보다?취업문턱이 높고 실업률이 높은 중증장애인의 현실에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방법으로 여겨진다.
지난 6.4 지방선거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는 정책협약을 통해 “공공고용제 시범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정책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420장애인연대는 공공고용제 도입과 함께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일자리사업 확대 및 임금 인상 ▲대구 장애인 임금 최저선 도입 ▲장애인 공무원 근로지원인 제도 활성화 등을 요구했다.
노금호 420장애인연대 집행위원장은 “노동은 의무이자 권리다. 노동해야 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국가는 노동자를 만들 의무가 있다. 교육과 같은 의무다. 우리는 우리 몸에 맞는 노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책국장은 “대구시의 실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인데 5.7%다. 장애인 실업률은 오래전부터 7%를 넘은 상태”라며 “특히 20대 장애인 실업률은 22%를 넘어섰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권덕환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복지팀장은 “정책 협약 이행을 위해 여러 방안을 찾아봤지만,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잘 없다”라며 “대구시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넘겨서 고용하는 것처럼 의무고용을 확대하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