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은 동물학대? 달성군 다음달 대회 예정···“법 개정” 요구도

동물보호법 예외 규정, 소싸움법도 별도로
전국 11개 지역 중 일부는 학대 논란으로 중단
경북 청도는 전국 유일 상설경기장 운영, 예산 한해 6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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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민속경기로 이어져 오고 있는 ‘소싸움’은 동물학대일까, 아닐까? 일단 법률상 소싸움은 동물학대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 동물보호법이 도박,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로 명시하면서도 단서 조항을 둬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정해뒀고, 소싸움이 거기에 해당한다. 동물단체는 해당 법에 일몰제를 적용해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 청도군과 대구 달성군을 포함해 전국에서 소싸움이 이뤄지는 지자체는 11곳이다. 경북 청도군, 대구 달성군을 포함해 경남 6곳(창원시·김해시·진주시·함안군·창녕군·의령군), 전북 2곳(정읍시·완주군), 충북 1곳(보은군) 등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정읍시·완주군는 코로나 팬더믹과 함께 동물학대 논란이 일면서 2019년 이후 최근까지 개최하지 않고 있다.

각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소싸움을 개최하는 근거는 법에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있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소싸움은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도 별도로 있어서 지자체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으면 개최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 예외 규정, 소싸움법도 별도로
달성군, 청도군 10년이상 운영 중
“동물학대 아냐···어떻게 보면 ‘무형문화재'”

▲ 동물자유연대와 녹색당 등은 13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중단을 촉구하며 동물보호법 예외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사진=녹색당)

대구와 경북의 경우 달성군과 청도군이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달성군은 다음달 30일부터 5일간 소싸움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998년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대회를 5회차부터 달성군이 이어 받아 매년 봄, 주최하고 있다. 대구시가 1,000만 원을 지원하고 합계 1억 5,000만 원을 예산으로 쓴다.

2020년, 2021년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가을에 대회가 열렸다. 달성군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반대 민원 전화가 몇 통 오기는 했지만 주민 반대가 심하지 않아서 중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했다.

청도군은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설립하고, 지난 2011년 청소소싸움경기장을 개장해 운영해 오고 있다. 매주 주말 24경기, 연간 1,250경기(2022년 기준)가 개최되는데, 전국에서 소싸움 상설경기장이 운영되는 곳은 청도군이 유일하다. 경기 관람은 무료로, 연간 운영 예산은 63억 원이다.

청도군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소싸움경기를 보러 오셨다가 다른 곳도 방문하는 지역 경제활성화 효과가 있다”면서 “소싸움은 민속경기로 과거 고려·조선시대로 거슬러가는 오랜 전통 명맥을 유지하는, 어떻게 보면 ‘무형문화재’다. 부정적인 ‘소싸움’이라는 말 대신 ‘소힘겨루기’라는 말로 바꿔 부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도군은 ‘소싸움의 고장’으로 국가 승인을 받고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훈련 받은 조교사가 소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수의사가 상주한다. 나이 많은 소도 있고, 자유롭게 방목하는 환경에서 평소 주인과 교감하고 지낸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와 녹색당 등은 13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소싸움으로 인한 동물학대가 멈출 수 있도록 해당 법 규정에 일몰제를 적용하여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소싸움은 인간의 오락을 위해 소를 학대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초식동물인 소의 체력과 공격성을 높이기 위해 미꾸라지, 뱀탕, 개소주 등을 먹이거나 싸움 도중 상대 소의 뿔에 찔려 피를 흘리거나 살가죽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