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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소재 장애인 거주 시설 두 곳에서 각각 시설 종사자에 의한 장애인 성폭력 의혹,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영천시는 장애인 활동지원 바우처 부정수급 등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며 환수 조치했으나, 성폭력 의혹 등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13일 오전 10시 30분 경북노동인권센터, 경산여성회,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경주여성노동자회, 영천녹색당, 포항여성회, H 시설 피해자 가족 모임이 영천시청 앞에서 ‘Y 시설, H 시설 인권유린 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주로 내부 고발을 통해 Y 시설에서 최근 거주 장애인에 대한 종사자의 성폭력 의혹, H 시설에서는 거주 장애인에 대한 폭행, 운영자의 보조금 횡령 등 의혹을 파악했다. 이들은 성폭력 의혹의 경우 사실이라면 즉시 시설을 폐쇄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인데, 가해 종사자가 연락두절인 상태라 특별한 조사를 하지 못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H 시설에 대해서는 영천시가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하지 않아 시설 비리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천시는 2022년 10월 Y 시설의 거주인 성폭력 의혹 문제가 불거지자 경북장애인권익옹호센터에 전수조사를 의뢰했고, 11월 H 시설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부정수급 문제가 확인되자 3,000여 만 원을 환수하고 과태료 50만 원 처분했으며, 같은 기관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이들 인권 단체는 영천시가 심각한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사하거나 행정 처분하지 않고 소극적 대처로 일관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Y 시설에서) 남성 종사자에 의한 거주인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행정과 수사당국 모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가해자는 도주했다”며 “(H 시설에서는)내부 제보에서 거주인 폭행 피해, 횡령과 운영비리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Y 시설은 2020년에도 거주인 안마 강요, 방임과 학대 사실이 드러나며 가해자 사법처리도 있었다”며 “영천시는 거주인들이 갈 곳이 없다는 핑계로 분리 조치도 하지 않고 처분도 방치했다”고 덧붙였다.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사법처리 결과가 나오려면 몇 년씩 걸릴 수도 있다. 행정조치는 별도로 할 수 있는데도 조치를 미루는 동안 시설에 남아 있는 거주 장애인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며 “영천시의 소극적 대응이 인권침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영천시와 면담했으나, 별다른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천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부정수급을 확인해 환수한 사례는 있다. (횡령 등 의혹에 대해서는) 시설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대부분 인건비다. 횡령할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Y 시설 의혹은) 의혹이 제기된 가해자가 행방불명이다. 연락이 두절돼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