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가 예산을 협의회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연수’에 절반 이상을 쓰는 등 사용처도 불투명했다. ‘명절선물 구입’, ‘화환 구입’ 등 회원 개별적 용도로 쓴 사실도 드러났다. 기초의회 의장은 행정부 예산을 심의·감독하는 위치인데, 정작 자신은 예산을 멋대로 쓰고 있었다.
대구구·군의회의장협의회는 8개 구·군 기초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단체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 속해 있다. 협의회는 1991년 지방자치 발전과 국가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발족했고,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이 회원이다.
29일 장태수 서구의원(정의당)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장태수 의원은 “여러 차례 임태상 대구 의장협의회장(대구 서구의회 의장)에게 해당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바로잡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의장협의회는 각 기초지자체로부터 협의회 운영 분담금으로 4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지원금 중 절반인 200만 원을 지역에 지원한다. 대구는 8개 구·군 몫으로 매년 1,600만 원을 지원받는다.
2년간 2천만원 사용…약 90%는 협의회 목적과 맞지 않아
’15년 베트남 다낭 해외연수 1,260만원…5월에도 해외연수 계획 세워
장태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구의장협의회는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약 2천만 원을 사용했다. 이 중 1,260만 원은 지난해 2월 베트남 다낭 해외연수 비용으로 사용했다.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다.
나머지 예산도 의장협의회 목적과는 맞지 않은 항목이 많았다. 설·추석 명절 선물 구입비로 342만 원을 썼고, 축하, 근조 화환 구입비 180만 원을 썼다. 약 2년 동안 사용한 2천만 원 중 1,782만 원(89%)을 의장협의회 구성 목적과 관계없는 데 사용한 것이다.
명절 선물과 화환 구입도 협의회 목적과 관련성이 떨어졌다. 남구의회 의장 장모장 근조 화환(2015.3.2), 서구의회 의장 쾌유기원 화환(2015.3.31), 대전 대표 회장 자녀결혼 축하 화환(2015.9.7), 중구의회 의장 의정봉사대상 축하 화환(2016.2.2) 등 의장의 개인적 필요에 따라 썼다.
대구의장협의회는 오는 5월에도 해외연수를 갈 계획이었지만,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임태상 대구의장협의회장은 “5월에 가는 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의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역 의장협의회 예산 사용 관리 못 해
전국의장협의회, “우리가 관리할 입장 안돼”
문제는 지역 기초의회 의장협의회 예산 사용에 대해 심의하거나 관리·감독할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점이다. 각 기초의회는 해외연수를 가기 전부터 심사를 받고, 다녀온 후에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의장협의회 해외연수는 이런 절차가 전혀 없다.
전국의장협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협의회 예산 자체가 각 기초의회를 통해서 올라오는 것이고, 그것을 본인들이 사용한다는데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있어서 작년부터 예산 사용 계획서를 받긴 하지만, 내용을 심의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역 의장협의회가 임의로 예산을 사용해도 관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태상 회장은 “예산 사용과 관련해서 제도적으로 심사하는 절차가 없잖아요. 8명 의장이 합의하면 그게 절차지 않겠느냐”며 “관례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의당 대구시당은 29일 논평을 통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자신들을 위한 돈 잔치를 벌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장태수 의원은 부적절한 예산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지방자치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사업이나 의원 능력 함양 교육사업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의장협의회는 제안을 거부하고 올해도 관광성 외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해외연수를 또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정의당 대구시당은 “의장협의회는 지금부터라도 지방자치 발전과 의정활동 역량 제고를 위한 활동에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