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합동 단속 압박에 “인권 침해” 반발

"미등록 전락하는 고용허가제부터 바꿔야"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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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상시단속 등을 이어온 법무부가 다시 합동단속에 나섰다. 이주민 관련 단체는 출입국사무소의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하며, 미등록이 발생하는 제도의 부실은 외면한다고 반발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방역 차원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했던 법무부는 최근 미등록으로 의심되는 외국인에게 불시에 여권 제공 등을 요구해 단속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단속을 재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진행된 합동단속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3,865명이 단속됐고,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는 상시 단속을 통해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2,997명을 추가로 단속했다. 법무부는 이달 1일부터 2개월간 전국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을 재개했다.

10일 오전 11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 추방 반대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2007년 2월 11일 전남 여수출입국보호소 내 외국인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호소 내에 있던 이주민 1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화재 참사 16주기를 맞아 추모도 함께 진행됐다.

▲10일 오전 11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 추방 반대 투쟁선포식’이 열렸다

이들은 코로나19 시기 농촌, 저임금 고강도 일자리 등 기피 업종에서 일할 이주노동자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단속을 줄이거나 체류 조건 완화, 또는 비자 발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부여하는 등 임의 조치를 하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유발하는 고용허가제 등 제도 문제는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을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등 몇 가지로 엄격하게 제한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언어 등의 문제로 이를 입증하기 어렵고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가는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 허가를 사전에 얻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잃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 강제 추방 절차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단속을 피해 숨거나 도주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실제 사망 사고와 같은 반인권적 상황도 벌어진다. 지난해 7월 경기 군포시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던 중 추락해 사망했고, 경남 김해시에서는 2019년 단속을 피해 도망가던 이주노동자가 늑골 골절과 장파열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연대회의는 “대구출입국은 이주노동자 거주지, 시장, 버스정류장 등에서 하루 20~30명씩 단속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는 마음대로 일을 그만두거나 옮겨갈 수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미등록이 되는 이유를 살피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 위기, 생산 인력 감소를 해결하려면 합동 단속이 아닌 제도 정비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얼마 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쳐서 두 다리가 골절됐다. 또 최근에는 50일 된 갓난아이 아버지가 단속돼 산모와 아이를 위해 보호일시해제라도 부탁했는데 되지 않았다”며 “무서운 일들이 다시 시작됐다. 우리 사회가 필요해서 불러온 이 사람들이 미등록이 되는 과정이 있는데 그건 고려하지도 않고 무조건 불법, 범죄자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면 그들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그들에게 의존하는 많은 열악한 업주들도 문제”라며 “단속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고 제도를 정비해 미등록이 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죽도록 일만 시키고 추방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다시 증가함에 따라 엄정한 체류질서확립을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단속을 실시한다”며 이달 1일부터 2개월간 전국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을 알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