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몸살 봉화군, 전 군수 뇌물·군의원 이권 고발에 청렴도 5등급

봉화군농민회, “전 군수 구속, 군의원·공무원도 부패 척결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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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농민회가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된 엄태항 전 군수뿐만 아니라 군의원, 공무원들의 부패 척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봉화군은 국민권익위 청렴도 측정 결과 종합 5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은데다 최근 엄태항 전 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 구속됐다. 이를 감시해야 할 전·현직 군의원 3명은 본인 소유 의혹이 있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줬다는 논란이 불거져 고발당한 상황이다.

▲2월 8일 봉화군농민회가 봉화군 내 부패척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8일 오전 봉화군농민회는 봉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군수의 불법 부당한 행위를 방조하고 협조한 공무원의 책임 또한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부정부패로 썩고 시들어가는 봉화군을 되살리는 쇄신 운동에 모든 공무원은 적극 동참하라”고 밝혔다.

이어 “군수와 군정의 부정과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와 비판이 본연의 의무인 군의회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군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양영희)는 관급공사 수주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기소된 엄 전 군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 벌금 2억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엄 전 군수는 2019년 봉화지역 건설업자 A 씨에게 관급공사 수주와 편의를 제공하고 가족과 관련한 태양광발전소 공사대금 9억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6월 봉화군농민회는 뉴스타파의 ‘경북 봉화군의 수상한 건설사들(2022.4.21)’ 보도 이후 전·현직 군의원 3명을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봉화군농민회는 이들이 군의원직을 수행하는 동안 봉화군의 각종 건설·토목 수의계약을 차명 건설회사를 통해 수주하는 방식으로 개인 이익을 취득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중 권영준, 박동교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됐다.

류승하 봉화군농민회장은 “봉화군수와 군정을 감시해야 할 군의회가 제 역할을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군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권영준 의원은 지난해 큰 사고로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출마해 당선됐고, 현재는 의정 활동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봉화군 산림조합을 제외하면 지난 7년간 136건, 21억 2,378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낸 명인건설은 지역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명인건설은 2001년 권영준 의원이 설립한 회사로 2006년 군의원에 당선된 후 친구 최 모 씨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서울건설은 권 의원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 대표고, 법전건설도 권 의원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3개 업체는 봉화군농민회 고발 이후에도 봉화군으로부터 수의계약을 계속 받고 있었다. <뉴스민>이 확인한 봉화군 공사 수의계약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명인건설은 3건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서울건설도 지난해 6월 이후 7건의 수의계약을 했고, 법전건설도 1건의 수의계약을 했다.

권 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지난해 교통사고로 몸이 좋지 않아 의회에는 일부만 출석하고 있다. 소유 관계는 전혀 없고, 이미 다 넘겼다. 경찰에도 있는 그대로 다 전했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 없다는 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된 업체와 계속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에 대해 봉화군 관계자는 “제가 인사발령받은 1월 1일 이후로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사실은 없다. 이전에 있었는지는 파악해 보겠다. 그러나 읍·면에서 자체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고, (법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아) 법적으로는 수의계약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청렴도 측정결과 봉화군은 종합청렴도 5등급, 청렴체감도 4등급, 청렴노력도 5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국민권익위는 종합청렴도를 부패실태와 신뢰도 저해행위 등의 감점을 반영해 엄격한 잣대로 1등급~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