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쏘아 올린 노인 정책 전환은 어딜 향할까?

2일부터 SNS 통해 노인 정책 전환 주문
무임승차부터 노인 연령 기준, 주택연금까지
노인빈곤 고려 없는 전환 우려

16:01
Voiced by Amazon Polly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노인 복지, 나아가 노인이 대상이 되는 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공약인 ‘노인 버스 무료화’를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올 6월부터 구현하는 홍 시장은 내친김에 지하철 무임승차도 70세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역시 6월부터 함께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시장은 지난 2일부터 잇따라 SNS를 통해 노인 복지뿐 아니라 관련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이 지목하는 손봐야 할 정책은 단순히 무임승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인 기준 연령, 정년 연장, 주택연금 제도까지 일반 행정, 노동, 복지 등을 망라한다.

홍 시장은 지난 2일 “대구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를 6월 28일부터 시행한다”며 “그에 맞춰 도시철도 이용에서도 현재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무상 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에도 “ “지하철, 지상철 무상이용도 똑같이 70세 이상으로 하기로 하고, 모든 대중교통에 적용하도록 통합 조례로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렇게 하면 노인 무상 이동권 보장에 대구시는 200억 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이게 시대에 맞는 노인 복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홍 시장의 정책 방향에 맞춰 지난해 10월 제정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도시철도 70세 이상 무료 이용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장 7일부터 시작하는 298회 임시회에선 시간이 촉박해서 3월 또는 4월로 예정된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를 발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연일 노인정책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https://pixabay.com/)

노인 연령 기준도 변경?
오래된 논쟁거리
상향될 경우 우려되는 노인빈곤

홍 시장의 노인 정책 전환 움직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일에는 “유엔 발표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며 노인 연령 기준 재설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인 연령은 노후소득보장제도(연금)나 노인 대상 사회서비스 대상자 선정에 사용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나라 제도별 노인 연령 기준은 제각각이어서 재설정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되어 왔다. 주택연금이 55세 이상을 노인으로 구분하는 반면, 정년은 60세로 설정되어 있고, 기초연금이나 도시철도 무료화 같은 경로우대제도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 불일치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로 인해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도시철도 운영 적자 문제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론자들의 주된 근거로 거론된다.

반면, 노인빈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보호장치 마련이 우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 연령을 상향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노인인구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41.4%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41.4%가 전체 인구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2007년 도입된 주택연금 제도
몇 차례 크고 작은 손질로 현재까지
60대 이상 고령자의 노후빈곤 완화책으로

홍 시장은 3일에는 “자산의 대부분이 집 한 채인 한국 현실에서 집을 담보로 노후 자금을 대출받는 제도는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제도”라며 “주택 가격이 9억 이하에 한정되고, 노후자금 대출도 한정돼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주택연금 제도 전환 필요성도 피력했다.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 후 몇 차례 크고 작은 손질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애초 시가 6억 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던 것이 2008년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완화됐고, 2020년에는 공시지가 9억 원 이하(시가 11~12억)로 더 완화됐다. 같은 해 가입대상자도 60세 이상에서 55세로 완화됐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사적연금의 수급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택연금의 노후소득보장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서 2020년까지 누적 8만 1,206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중도해지 건수가 늘어났다. 이러한 주택가격의 변화와 인구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꾸준하게 요구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60대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이중부양 세대 중 하나”라며 “사회적으로는 급격한 핵가족화 및 자녀 부양의식 변화와 함께 고령자 고용 불안정성이 맞물리면서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노인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60대 이상 고령자의 노후빈곤 완화 방향으로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시장이 도시철도 무료 탑승 연령을 상향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기 무섭게 서울에서도 같은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대선주자급’ 단체장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효과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논의가 단순히 지자체의 재정을 절감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영향의 하나로 남을 공산도 크다.

홍 시장은 6일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노인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복지는 손익 차원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무상복지에만 매달리지 말고 노인 복지를 위한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