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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청산 결정에 들어간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구미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LCD 편광필름 생산업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지난해 10월 4일 화재사고 이후 청산을 결정했고, 이를 반대한 노동자 17명은 오는 2일 해고를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반복되는 외투기업 철수, 화재 후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23.1.5)) 기업 인수 문의는 일부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해고 문제까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노조·시민사회단체, 구미시 역할 강조
구미시, “잔류 노력했지만 결정 되돌리기 어려워”
1일 오전 구미지역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의 청산 철회, 고용보장 쟁취를 위한 구미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산 철회와 구미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는 류호정 국회의원(정의당, 비례), 이지연 구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양포동)도 참석했다.
이들은 “회사는 노조와 ‘구조조정 내지 조직변경, 기업변동 등 회사 내부 사정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 보충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약속했으나 일방적인 청산 통보 후 노동조합의 모든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며 “구미공장 청산은 일본 본사의 결정이라며 오로지 희망퇴직만을 강요했다. 희망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미시는 한국옵티칼의 고의청산을 막고, 일자리를 지킬 방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구미시의회도 함께 나서야 한다”며 “더 이상 단물만 빨아먹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먹튀 외투기업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또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고,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2018년, 2019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60명 수준으로 생산직이 줄었지만, 지난해 4월 중국 공장 폐쇄 문제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으로 100명을 다시 신규채용했다. 하지만 여섯 달 만인 10월 4일 화재가 발생해 300억 원이 넘는 재고가 불타고, 공장 1개동이 전소했다. 사측은 화재 한 달 후인 11월 4일 청산을 결정했다. 회사는 예상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한 결정이며, 오랫동안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일방적 청산을 견제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류호정 의원은 “닛토그룹은 20년간 3,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과 연매출 4,000억 원, 화재보험금 1,300억 원을 챙기고 말 그대로 먹고 튀려고 한다. 대구 한국게이츠, 안산의 한국산연 등 외투기업의 일방적인 폐업에 투쟁하는 노동자를 만났다. 외투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와 지자체 책임도 크다”며 국회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구미시는 김장호 시장이 일본 니토텐코 본사를 방문해 잔류 요청을 했지만, 회사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인수 기업 나오나?
2일 자로 해고 예정인 노동자들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청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공장 입구 곳곳에 청산 불가 현수막도 내걸었다.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 결정 이후 인수 문의가 몇 차례 있었다. 구미4국가산업단지는 외국인투자기업만 입주가 가능하다. 인수 의향 기업이 나타나면 고용 승계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구미시 투자유치팀 관계자는 “회사가 산업단지공단에 폐업신청서를 제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력했지만, 기업이 철수 결정을 하니 새로운 기업 유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아직 폐업신청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노사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업 신고 이후에야 구체적인 인수 절차 진행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지연 구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양포동)은 “지역상생형 일자리에서 지역주도형 일자리라는 이름의 사업을 하면서도 기업변동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의 역할이 소극적이다. 인수 문의는 있지만, 구미시가 노동 존중에 바탕한 투자유치를 추진할 수 있도록 의회에서 공개 질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