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세월호’ 교재로 계기교육한 교사 조사

“세월호 교육해야 ‘교육의 중립’ 지키는 것이다”

19:29

‘중립’이라는 말. 중요한 가치처럼 여겨지는 말이면서도, 아무 의미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대구에서 ‘중립’을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동기 교육감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달아올랐을 당시 우 교육감이 “교육감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례는 유명합니다.

세월호 참사 교육을 두고도 ‘중립’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교육 자체가 중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교육 내용을 두고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대구교육청 감사관실은 관내 한 학교에서 세월호 계기교육을 한 교사를 조사 중입니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교사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계기교육은 할 수 있으나, 계기교육에 사용된 교재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대구교육청은 전교조가 만든 ‘416 교과서’를 자체 검토했고, “교육용 자료로 부적합”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교육청은 ▲사회 부정적 측면과 국가·정부에 대한 비판적 서술이 중심이라 그릇된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고 ▲침몰 당시 상황을 자극적으로 제시해 심리적 충격과 정서적 불안감을 줄 수 있으며 ▲의혹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진술하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집회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대구교육청 앞 전교조 농성장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설치물이 있다.
▲대구교육청 앞 전교조 농성장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설치물이 있다.

대구교육청은 ‘416 교과서’의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 <뉴스민>에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밝히기를 꺼렸습니다. 하지만 참사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 활용 자체를 막는 것이 능사일까요.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직접 ‘416 교과서’를 사용해 계기교육까지 진행한 마당에 말입니다.

대구 교사 ㄱ씨(41)는 <뉴스민>과의 인터뷰에서 “교과서 사용 금지는 사실상 제대로 된 세월호 계기교육을 막고 전반적으로 계기교육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합니다. “규명된 진실이 없는 상황에서 활발한 토론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ㄱ 교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세월호교과서2

세월호 계기교육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월호 참사 2주기다. 아직?진실이 밝혀진 게 없다. 나는 국어 교사다. 국어 수업의 본질은 진실을 좇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월호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참된 수업이 불가능하다. 세월호 진상 규명이 얼마나 됐고, 남아있는 고통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대구교육청이 이렇게 민감하게 조사까지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학생 자살 막는다고 창문 스토퍼(stopper)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 교육청은 그저 추모만 하길 바라는 것 같다. 정권에 불편한 내용이 나온다고 금서로 지정하고, 실천에 대해서도 불온시하는 셈이다. 추모는 괜찮고, 세월호 참사 진실이 뭔지 묻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가. 우동기 교육감은 ‘중립’을 좋아한다.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세월호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침묵하는 것이 중립 위반이다.

교재 사용을 이유로 감사관실이 조사를?진행 중인데요
절차적으로 문제 될 수는 있다. 학교장의 허가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굳이 ‘계기교육’이 아니라도 하지 못할 이유는 뭔가. 매 수업마다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다 결제받고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생각도 중요하겠지요. 수업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내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호응이 좋았다. 찾아 와서 세월호 수업에 고맙다고 하는 학생도 많았다. 이를 계기로 세월호 행사에 나오는 학생도 있었다. 물론 일부 불편하다고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역시 교육이다. 수업에서 내 생각이 옳다고 강요한 게 아니다. 이를 주제로 서로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으니까.

세월호 교과서

어떤 내용으로 수업했나요?
참사에 관한 시.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에 대한 시. 유가족 이야기,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고통에?관한 이야기다. 왜 죽었는지, 왜 구조되지 못했는지 밝혀지지 않는 현실에서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인간을 돌보지 않는 국가와 공동체를 직시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서는 공부란 것이 의미가 없다.

징계를 당할 수도 있는데요.
징계를 철회할 가능성이 큰 것?같다. 다른 곳에서는 대구교육청처럼 적극적이지 않으니. 하지만 징계를 정말로 한다면 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 교원심사소위에 소청도 하고 소송도 할 수 있겠지만, 내 삶으로 무엇이 옳은지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