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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사고 국밥집에 들어가 막걸리를 주문했다. 몸담은 회사 재정이 바닥나 3월부터 급여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니 목이 탄다. 가난해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자고 생각했는데, 그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 추운 날이다. 뉴스민 재정은 한 번도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지금의 위기는 여러 모로 전과 다르다. 구성원 수가 적을 때는 ‘조직’이라기보다 ‘개인’에 가까웠으므로 최저임금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저임금 문제 같은 노동 사안을 취재할 때 당사자 급여가 나보다 훨씬 많아 머쓱했던 일이 종종 있긴 했는데 개의치 않았다. 삶은 모순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20대 청년 2명이었던 10년 전 상황과 많은 것이 다르다. 40대를 눈앞에 둔 구성원이 가정을 꾸리고, 책임의 무게가 더 커진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가 광고나 영업이 아닌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도 적자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그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로또 당첨 확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손바닥 안에서 숨 가쁘게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 우리 하나쯤 없다고 세상이 크게 나빠질 건 없다. 그만한 일을 누군가는 또 배워나가고 해 나가겠지. 단지 억울할 뿐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수익을 좇는 언론사는 대대손손 명을 이어간다. 누구나 아는 큰 언론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경북 한 지역 언론사는 사주가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사익 추구를 하기에 이를 보도하고 처벌을 이끌어낸 적 있는데, 그곳도 여전히 건재하다. 정파적으로 극단화한 지형의 한쪽 편에 서서 반대 쪽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를 먹고 사는 몇몇 신생 언론(유튜브)이 이번 달에만 슈퍼챗을 수억,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봤다. 뉴스민이 10년간 모은 총수입보다 많다.
사익보다 권력을 비판하고, 배제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언론의 길은 때로는 쓸쓸했다. 앞서의 경북 지역 언론사는 사주가 출소한 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걸어왔다.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나거나 승소했지만, 경찰서와 법원에 십수 차례 불려 다니던 그 시간 동안 보도 뒤 기자가 감당해야 할 수면 아래 일의 깊이를 가늠했다. 지역 인터넷 신문에 대한 선입견과 그로 인한 배제를 넘는 일도 쉽지 않고, 나를 반기던 이가 입맛에 맞게 보도하지 않았다고 마음을 닫거나 배척하는 일도 있어 녹록잖았다. 연차가 쌓이며 이러한 일에서도 나름의 기꺼운 면을 발견할 수 있게 돼, 아쉽지는 않다. 문제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머릿속에 가득한데도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산업재해 사고 이후 남은 사람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취재해 보도했을 때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 없던 다른 언론사 후배가 연락해왔다. 기사가 감명 깊었고, 기성 언론에서 할 수 없는 보도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 기사 외에도 뉴스민이 보도한 좋은 기사는 손에 꼽기 어렵다. 때로 공신력 있는 상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구성원 개개인이 특출나게 잘나서 이뤘다기 보다, 부족한 자원을 감내하면서도 기성 언론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조직이라서 가능했다. 기자 개인에게 광고 영업시키지 않고, 뜻 있는 기사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의미 있는 기사를 써내도록 충분히 시간을 준다. 광고를 준다는 회유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은 조직. 그런데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나? 그것이 문제다.
경영 위기를 공유하기 전, 한 해를 시작하며 하고 싶은 보도를 구상했다. 뉴스민 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이기에, 이곳에도 올릴 수 있다.(기획안 바로보기) 이번 주부터 2달여 기간 구미에 오가며 취재한 아사히글라스 특집 기획도 연재를 시작한다. (기획기사) 뉴스민 기자들은 앞으로도 하고 싶은 보도가 여전히 많다. 점점 더 나빠지는 세상 속에서 증오와 배제가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다. 만약 회사가 망한다면 의미를 잃어버려서,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이 되어 망해야 한다. 힘 닫는 데 까지 나아가고 싶다. 그래도 망한다면 뉴스민을 끝으로 기자를 그만둘 생각이다. 방금 말은 결코 막걸리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경영 위기를 공식화하기 전, 몇몇 분들과 먼저 고민을 나눴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마음속 깊이 안타까워했다. 그 뜨거운 온도에 놀랐고 그 말들이 그저 고맙게만 느껴졌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이다. 그저 고맙기만 한 일이 아니다. 여러분이 뉴스민을 돕기만 한 게 아니고, 여러분이 뉴스민과 함께 성과를 이룩해 온 것이다. 앞으로도 같이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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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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