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1년 발생한 건설노동자의 산재사망 책임을 다룬 재판에서 현장 작업 팀장이 구속된 결과를 두고, 노조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서 판결에 반발했다.
27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는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사업주에게는 벌금형을, 형틀팀장에게 금고 8개월형을 선고하고 구속했다”며 “건설 일용직노동자 형틀팀장에게 산재사망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죽전역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거푸집 해제 작업을 하던 A(30) 씨가 거푸집에 깔려 숨졌다. (관련기사=일요일 출근 30대 건설노동자 숨져…”중대재해법 무용지물”(‘21.04.20)
이후 원청업체 SGC이테크건설과 하청업체를 비롯해 소속 현장소장, 형틀팀장, 안전관리자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1일 1심 재판부는 하청업체 및 그 관계자에겐 징역 및 금고형을 선고한 반면 원청업체 및 그 관계자에겐 벌금 300만 원 판결을 내렸다. 안전대책 책임 주체를 하청업체로 봤고, 원청업체는 사망과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하청업체에는 5,000만 원 벌금형을 내렸고, 하청업체 현장소장 징역 10개월, 형틀팀장 금고 8개월,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8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각각 내렸다. 원청업체와 소속 현장소장에게는 공기 단축을 위한 일요일 작업 지시에 대한 간접 책임을 물어 각 300만 원의 벌금형만 내렸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원·하청 업체 측 책임을 묻지 않은 재판부를 비판했다. 노조는 “형틀팀장은 작업지시에 따라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인원과 업무를 분장할 뿐이지, 그를 위한 안전한 작업 방법과 유의사항은 ‘사측 관리자’들이 해야할 일”이라며 “왜 일용직 노동자에게 관리자의 책임을 떠넘기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일요일에 원청업체에서 관리자가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소장 및 관리자도 없었고, 거푸집 작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없이 대행을 세워두고 무리한 작업을 강행했다”며 “사고 당시 크레인 기사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크레인 (업체) 사장이 나섰고, 크레임 붐대를 최대한 내려서 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었고, 바람도 많이 부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사고는 원청업체 SGC이테크와 하청업체의 무리한 속도전과 안전을 도외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앞세워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