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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자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처분장 입지 선정과 건립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핵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에 무기한 보관하는 수순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안전상 문제 뿐 아니라 지역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 관련법안 3개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들 법안은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과 건립을 위한 절차와 정부의 책임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처분 전까지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사항을 관련 부처 장관과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을 명시한 법률은 아직 없다.
공청회에는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정재학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해당 상임위 위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했다. 문주현 교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정부가 투명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로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 신뢰를 얻기 위한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정윤 대표는 최종처분장 건설을 정부가 추진하되, 국민 신뢰를 위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학 교수는 현재 발의된 법안 3건 모두 큰 틀에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특별법의 문제를 지적한 이상홍 사무국장은 ▲법제도보다 사회적 합의가 본질이며 ▲섣부른 부지 결정이 오히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전 부지 내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하는 문제를 두고 ▲임시 저장시설 관련 지역 공론화가 되지 않았고, ▲임시 저장시설이 중간 저장시설과 차이점이 없는 등 법적 성격도 불확실한데다가, ▲사실상 반영구 핵폐기장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9시 20분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과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종교환경회의 등 종교·환경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국회 산자위와 법안소위 위원들에게 법안 폐기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특별법안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부지 내 임시 저장하는 방안을 집중 지적했다. 이들은 “기존 핵발전소 지역 모두를 고준위 핵폐기장화 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해치고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법안”이라며 “발의 국회의원들은 지역주민과 관련 지자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선정은 전 세계가 해법을 찾지 못한 난제다. 법안 취지가 처분장 마련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해법 없는 핵폐기물 처리를 임시저장이라는 이름으로 핵발전소 지역주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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