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의 경과를 살피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지난 11일 발족했다. 중대재해가 법 시행 이후에도 감소 효과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개선책을 찾겠다는 취지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꾸준히 법 완화를 언급한 만큼 TF가 제 역할을 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크다. 노동계는 법 시행 1년을 맞아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6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업중지권과 노동자 참여가 전면 보장되는 중대재해 근본대책 수립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박신호 대구4.16연대 대표와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도 함께했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중대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611건(사망자 644명) 발생했다. 이중 대구와 경북에선 각 20건(21명), 42건(42명)이 발생했다. 사망한 644명 중 256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발생했지만, 실제 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11건에 불과하고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현재까지 ‘0’다.
대구와 경북에서 숨진 63명 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도 1건에 그친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의 원청사와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은 사고 발생 후 약 10개월이 흐른 27일로 예정돼 있다. 법 적용이 이처럼 지지부진하면서 노조는 더 실효적인 법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법 시행 1년 동안 노동부가 30건이 넘는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단 11건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도 입장을 바꿔 ‘처벌보다는 예방’이라며 ‘기업 처벌 조항은 축소하고 노동자 처벌 조항은 확대’로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대재해는 노동자 참여 없는 자율 안전, 말단관리자 처벌로는 막을 수 없다. 중대재해는 개인의 과실이 아닌 기업에 의한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범죄”라며 “경영계와 윤석열 정부는 중소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세우기 위한 실질적 지원 대책을 강화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엄정 처벌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 효과를 발휘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