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로’는 자주 공공앱으로 분류되지만 ‘공공앱’이 아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공공앱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산시 공공앱 ‘배달의명수’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경기도 ‘배달특급’ 운영사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가 출자해 설립한 출자기관이다. ‘대구로’는 민간기업 ‘인성데이타’가 대구시 보조금을 받아 개발·운영하는 낮은 수수료의 배달앱이라고 정의하는 게 더 정확하다. 대구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공앱 목록에서도 ‘대구로’는 빠져 있다.
그 탓에 대구시도 ‘대구로’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낼 땐 ‘민간주도 방식의 대구형 배달앱’이라고 표현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로’는 공공 목적 달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출시한 서비스다. 운영주체는 민간에 두지만, 설계를 할 때 최소한의 수수료를 받기로 약속하고 대구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예산 지원을 보장했다.
2021년 3월 대구시는 인성데이타와 협약을 맺고 3년 간 22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예산은 ‘대구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홍보비로 사용되는데, 지역민에게 직접 혜택으로 돌아가는 쿠폰이나 할인상품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대구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민생경제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가 예산도 배정해서 협약보다 더 많은 39억 5,000만 원이 지원됐다.
배달앱의 주된 수입원은 중개수수료 이지만, 협약 탓에 ‘대구로’는 수수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다. 협약서에는 수수료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덕에 민간배달앱 중개수수료가 최소 6%에서 최대 12.5%까지도 올라가는 반면에 ‘대구로’는 2%대를 유지한다.
‘대구로’는 2021년 무렵 인성데이타와 대구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출범하게 됐다. 인성데이타는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 서비스 확장을 고민하던 참이었고, 대구시는 배달앱 수수료 폭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여러 지자체가 공공앱을 출시하면서 필요성을 느끼던 시점이었다. 최근 ‘대구로 택시’까지 출시한 인성데이타는 언제까지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오전 인성데이타 사무실에서 만난 최현환 대표(51)는 “‘대구로 택시’는 작년 초 법인택시조합, 개인택시조합에서 찾아와 카카오택시에 대항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개발을 시작했다”며 “기사님들 반응이 좋다. 낮은 수수료 플랫폼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Q. ‘대구로’, ‘생각대로‘는 익숙한데 인성데이타라는 이름은 낯설다.
인성데이타는 2001년 대구에서 설립해 퀵서비스 사업으로 전국구로 성장했다. 퀵서비스 플랫폼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 70% 이상이다. 2016년부턴 자회사인 로지올을 통해 배달대행 플랫폼 생각대로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는 대구에 있지만 매출 대부분은 시장이 큰 수도권에서 나고 있다.
지금까지 B2B사업 중심,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 왔기 때문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로’ 배달앱은 2021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택시앱은 작년 12월 시작했다.
Q. ‘대구로 택시’의 반응이 좋다. 출시 한 달 만에 관내 택시 중 45.9%가 가입했다고.
특히 기사님들 반응이 좋다. 낮은 수수료의 플랫폼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기사님 가입률만큼 일반 소비자를 끌어오는 게 중요한 시기다. (관련 기사=출시 한 달 만에 45.9% 가입 ‘대구로 택시’···이용객도 증가세(‘23.01.19.))
‘대구로 택시’는 대구시에서 공공택시앱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개발을 시작했다. 작년 초 법인택시조합, 개인택시조합에서 찾아와 카카오택시에 대항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고 그때부터 ‘대구로’ 앱 안에 택시 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한 개발을 시작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종합물류플랫폼으로 가기 위해 구상하던 서비스 중 하나였다. 시장님 공약사항과 맞물려 시에서 관련 논의가 나올 땐 이미 거의 완료된 상황이었다.
Q. B2B사업에 주력하던 인성데이타가 B2C인 배달앱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2014년부터 종합물류 플랫폼을 구상했다. 당시 프로젝트 제목이 ‘올윈 프로젝트’였다. 플랫폼 사업은 여러 주체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마음을 얻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뜻에서 이름을 붙였다. 콜 수가 늘거나 시장 지배력이 올라갔다고 해서 수수료를 올린다면 결국 마음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했다.
서비스 프로그램을 팔아서 돈을 벌고 나서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다 배달대행에 뛰어들었다. 다음으로 고려하던 게 배달플랫폼이었다. 회사가 계속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자전거처럼 쓰러진다. 물 밑에서 돌아가는 생태계를 잘 알고, 자체 프로그램도 있으니 자신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고향인 대구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황인혁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아직 ‘대구로’가 기존 인성데이터 사업에 끼치는 영향보단 기존에 했던 사업을 ‘대구로’에 접목시키는 측면이 크다. 음식배달도 ‘생각대로’를 운영한 노하우가 있고, 꽃 배달과 대리운전도 경험이 있다. 택시 배차도 마찬가지다. 우린 스마트폰 시스템이 나오기 전 PDA(개인휴대단말기) 시절부터 서비스했던 내공이 있다. 다만 대부분 B2B 사업이었으니 생활물류 플랫폼으로 나아가려면 B2C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고 판단했다.
50~60명이던 직원이 ‘대구로’를 시작하면서 120명까지 늘었다. 지역 청년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단 생각도 있다. 최종 목표는 대구에 카카오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독점을 원하진 않는다. 대기업 위주의 플랫폼 시장에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돌을 던지고 싶단 생각이다.
Q. 행복페이 연계 효과가 크지 않나. 행복페이 예산이 줄면서 걱정되는 부분은 없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행복페이가 우리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봤다. 그 요인이 사라지면 소비자도 빠질 거라는 우려였다. 행복페이가 없더라도 경쟁사와 붙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구로’에 가능한 결제 시스템은 전부 붙여놓았다. 실제 결제 내역을 보면 약 카드가 30%를 제외하곤 행복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가 비슷한 정도로 들어온다.
행복페이 할인 혜택이 강점은 맞다. 시민들도 쓸 이유가 있어야 쓴다. 대구 사람은 ‘대구 것을 써야지’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유인점이 있어야 한다. ‘대구로 택시’도 카카오와 경쟁하려면 빠른 배차 시스템과 오류 없는 지도 등 시스템적으로 먼저 완성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쿠폰이나 할인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여러 시도 중이다.
Q. 자생을 하려면 수익구조가 중요할 텐데. ‘대구로’는 언제쯤 흑자를 볼 거라 예상하는가?
올해 초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현재 추세로만 가면, 10월엔 마이너스는 안 날 거라 분석했다. 그것도 희망사항이지만. 처음엔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2년도 안 돼서 다 썼다. 다른 사업 영역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이 나고 있으니, ‘대구로’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투자하는 덴 문제가 없다. (인성데이타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845억 원, 영업이익은 78억 원이며, 2021년 매출은 1,228억 원, 영업이익 63억 원을 기록했다.)
대구시와 맺은 협약이 끝나더라도 수수료를 올릴 생각은 없다. 다만 수익모델로 광고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상점에 포스기계, 포장기계 같이 광고를 하고 싶은 업체의 광고를 다는 방식이다. 대구시 홍보비 지원이 끝나면 그 비용으로 지금 하고 있는 쿠폰, 할인 행사를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지금은 ‘생활물류서비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전통시장 장보기와 꽃 배달, 대리운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앱에 담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