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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새해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은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정책이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당일 오후 간담회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약 70분 동안 이뤄진 간담회 중 관련 내용 25분 가량을 삭제하고 공개했다.
오후 3시께 홍 시장은 동인동 대구시청사 기자실을 찾아 약 한 시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CES 참가 성과 ▲신수종 산업 유치 ▲신청사 건립 ▲내년 총선 견해 ▲행정안전부와 한시조직 갈등 문제 ▲군부대 이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 이후 주요 언론은 홍 시장이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 얕보고 깔보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풍비박산”이 된다고 말했다며 보도했다. 홍 시장은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물음을 받고, 약 15분 동안 답을 이어갔다. 전체 약 70분 동안 이뤄진 간담회에서 20% 가량을 할애한 것이다.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을 두고 “싸울 상대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2011년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홍 시장에 따르면 당시 당 최고위원이었던 유 전 의원이 ‘친박 문제’는 자신과 상의하라고 요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서 최경환 당시 국회의원을 보내 최 의원을 통해 친박 문제를 소통하라고 했다는 일화다.
홍 시장은 “그게 2011년의 일”이라며 “그때부터 이미 (박근혜와) 틀어진 거다. 탄핵 때 보시라. 김무성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하자고 했을 때 끝끝내 탄핵으로 쫓아내자고 한 게 유승민이다. 그렇게 해서 보수 진영이 괴멸되어서 5년 동안 얼마나 피눈물 나는 세월을 보냈느냐. 질서 있는 퇴진이라도 했으면 거기서 끝났을 것을, 결국 끌어내리고 감옥 보내고, 보수가 괴멸되고, 그렇게 한 번 했으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천신만고 끝에 정권이 바뀌었는데 지금와서 또 그런 짓을 하려느냐. 나는 이 정권 호불호를 논하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보수 정권이 다시 탄생했는데, 내부 분탕을 해서 제대로 착근하지도 못한 정권을 흔들려고 대드느냐, 왜 또 그 짓이냐. 그래서 야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 임명할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홍 시장은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100% (당 대표 선거) 나온다 그랬다”며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끈을 못 붙여 몸부림쳤는데, 끈을 붙였는데 그걸 이용해 나올 것이라고 하니까, 설마 그러겠느냐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쉽게 말하면, 이준석도 대통령이 정치 모른다고 깔보고 덤비다가 저 꼴 당한 거 아니냐”며 “유승민도 대통령 정치 모른다고 깔보는 거고 나경원도 대통령 정치 모른다고 깔보는 거다. 대통령을 얕보고 정치 모른다고 깔보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풍비박산이 되는거다”라고 강조했다.
洪, 유승민·나경원 향해 강한 비난···“대통령 깔보는 당 대표, 당 풍비박산”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두곤 “대표적 좌파 포퓰리즘 정책”
“강대식, 이인선 특히 고마워···강대식 계파 오해 불식시켜줄 것”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문제에 대한 물음을 받곤 “대형마트 일요 휴무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상징”이라며 “대형마트 일요 휴무를 한다고 해서 전부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나 부자의 것을 억누르면 못 가진 자한테 돌아간다는 잘못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좌파들이 주장해서 만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좌파 정권이 끝났기 때문에, 정책의 전환을 가져와야 할 상징”이라며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은 다른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 그래서 손을 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홍 시장이 내년 총선 전망을 말하며 강대식 국회의원이 계파 오해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 내용도 삭제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한 물음을 받고 “지금 답하면 현재 국회의원들하고 원수진다. 내년 총선에 되는 사람들하고 같이 일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지만, 강대식(대구 동구을),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의원은 콕 집어 “참 고맙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예산 확보할 때 두 사람이 예결위에서 앞장서서 해줘서 감사패도 줬다. 두 사람은 특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두 사람은 대구시 정책에 물불 안가리고 앞장서서 해줬다. 강 의원은 본인이 지역구에 공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에도 분골쇄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내가 앞장서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 의원은 계파에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라도 불식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계파 오해가 있다는 게 유승민 계파라는 의미냐’는 추가 물음을 받고 “유승민 계파였겠죠. 그 덕에 구청장도 했을거고 국회의원도 했을거다. 지금은 아니다. 본인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대구시는 추가 물음에 대한 답변만 삭제한 채 영상을 게재했다.
대구시는 언론 및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을 웹하드에도 공유하고 있는데, 웹하드에도 나경원·유승민, 의무휴업, ‘강대식 계파 오해’ 등의 내용은 삭제한 편집본을 등록했다. 홍 시장은 이날 70분 남짓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대구시 유튜브인 <대구시정뉴스>와 웹하드에 등록된 간담회 영상은 46분 남짓에 불과했다.
김희석 대구시 공보관은 관련 내용 삭제는 공보관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공보관은 “(정치인 언급 부분은) 시장님 개인적 정치적 견해를 시 홈페이지에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삭제했다”며 “의무휴업 관련도 ‘좌파 포퓰리즘’ 등 강한 어조의 발언을 한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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