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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4일 대형 화재사고를 겪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청산에 들어가면서 노동자 15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노동조합은 구미시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은 기업의 일방적인 청산 결정이라며 화재 보상으로 공장 재가동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회사는 정상가동에 3년 이상 걸리고 LCD 산업 하락세로 더 이상의 사업 영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또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고,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2018년, 2019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60명 수준으로 생산직이 줄었지만, 지난해 4월 중국 공장 폐쇄 문제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으로 100명을 다시 신규채용했다. 하지만 여섯 달 만인 10월 4일 화재가 발생해 300억 원이 넘는 재고가 불타고, 공장 1개동이 전소했다. 사측은 화재 한 달 후인 11월 4일 청산을 결정했다.
회사는 1년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노조에 통보했다. 직원 중 130여 명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17명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채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일방적 사업 철수가 이익을 최대한 내고 떠나는 일종의 ‘먹튀’라는 입장이다.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회사는 2003년 법인 설립 후 2022년까지 20년 동안 약 3,643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연 평균 약 182억 원을 일본 본사 니또덴코가 배당 받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외국투자기업이 20년 가량 이익금을 배당 받고, 이익이 줄면 철수하는 사례는 대구 한국게이츠, 영천 다이셀코리아 등에서도 확인된다. 문제는 국내에선 외국투자기업 유치에는 적극적이어도 고용 안정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법·제도는 없다는 사실이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지난 12월 13일 주주총회에서 니또 일본 대표와 만나 구미공장 재건과 고용안정을 요구했지만, 그룹 결정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일방적인 청산은 외국투자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고, 이익만 보고 떠나겠다는 먹튀다. 화재보험금으로 공장을 정상가동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회사는 공장 재가동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LCD 업계 사정이 좋지 않아 향후 정상 가동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4월 1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사업 상황이 좋지 않다면 정규직으로 왜 100명이나 더 뽑았나”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를 이유로 청산하겠다는 건 화재보험금만 받아서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화재보험 내역을 보자니 안 된다고 한다. 혜택을 받은 외국투자기업의 일방적 청산 결정에도 아무런 조치를 안 한 구미시의 관리·감독 역할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12월 19일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노조원 17명은 오는 2월 2일자로 해고된다는 해고 예고통지서를 받았다. 노동자들은 구미시청과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주) 공장 앞에서 구미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니토옵티칼 역시 일본 니또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업체로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는 예상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한 결정이며, 오랫동안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배재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대표이사는 “2016년부터 물량이 줄면서 그동안 희망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노조도 이해했다.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던 물량이 많이 줄었고, 공장을 재건하고 정상가동하는데 3년이 걸리는데, 하락세인 LCD사업이 그때 어찌될지 알 수 없으니 본사도 어쩔 수 없이 청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4월 100명을 신규 채용한 이유에 대해선 “중국 쪽 공장이 봉쇄되면서 물량을 받아왔고, 다시 한 번 잘해보자고 본사를 설득해서 채용했다. 그런데 불이 났다. 공장 짓는데 1년 반, 설비도입 하는데 2년 이상, 라인을 인증받는데도 2년이 걸린다. 본사에서도 한 달 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350억 가까운 재고가 타버렸고, 향후 물량 확보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아사히글라스와 다르다. 비정규직을 뽑은 적이 없고, 전부 다 정규직으로만 채용했다. 노사 단체협약에 회사 청산 시 위로금은 평균 임금 6개월치지만, 노동자들을 위해 1년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새로 뽑은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1년치 지급한 것도 새 일자리 구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는 본사의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구미시도 공장 재가동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 니또 그룹의 결정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지난해 11월 투자유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김장호 구미시장이 일본 본사를 찾아 사업 재개를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10월 화재 이후 공장 가동을 멈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올해 안에 청산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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