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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대구 중구청과 중구의회 간 갈등은 관광 사업 예산 삭감, 그중에서도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 사업’ 때문이다. 중구의회는 35억 원을 쓸 만큼 충분한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보지만, 중구청은 “이인성 작품 저작권, 유품을 기증받아 추진해왔고, 구청장 공약인 만큼 추경에 다시 올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2월 14일 중구의회는 283회 본회의에서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0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그중 52억 원(89.7%)이 구청장 핵심 공약 예산으로 올해 관광 정책 핵심으로 내세운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35억 원), 동성로 미디어아트 구축(9억 원),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 사업(5억 원) 등이다.
삭감된 예산을 두고 벌어진 중구청과 중구의회 간 다툼이 폭력 시비, 의회 내 분쟁, 형사 고소로까지 번진 만큼 해당 사업의 타당성은 올해도 의회 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구청은 “지난해 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된 사업을 재정비해 올해 추경에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중구의회, 의장 직권으로 추경예산안 처리…갈등 불씨 여전 (‘22.12.13.))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 두고 논쟁
의회 “좁은 공간에 미디어파사드, 지속가능성 없어”
중구청 “중구 관광사업을 살리기 위한 핵심 사업”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은 지난해 2월 중구청과 이인성 화백 유족 측이 ‘이인성 화백의 예술세계 계승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협약에 따르면 유족은 이 화백이 작고한 뒤 73년 동안 보관해 온 유품 780점과 관련 연구자료를 중구청에 기증하고, 중구청은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공간을 에코한방웰빙체험관 건물에 조성하기로 했다.
예산이 통과됐다면 중구청은 1월부터 에코한방웰빙체험관에 이인성 화백의 작품과 유품 등을 배치하고 문화예술전시·체험 공간으로 조성해 ‘이인성 아르스 공간’이라는 관광지로 삼을 계획이었다. 사업명은 이 화백이 1937년 중구에서 운영한 ‘아르스 다방’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난해 하반기 중구청은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 사업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맡겼다. ‘이인성 예술공간 조성 기획‧연구 사업 최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 뮤지컬,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소장품 기반 실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상 1층에는 아르스 다방을 포함해 미디어아트, 실감공연을 위한 공간이, 지상 2층에는 작품 전시관과 이인성 작품 실감 미디어 아뜰리에 복원 공간이 들어갈 계획도 담겼다.
하지만 의회 예산심의위원회에선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중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의원들은 ▲이인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 ▲시대에 맞지 않는 미디어아트로 예산안이 구성된 점, ▲공간이 협소해 연구기관마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 보였던 점, ▲100% 구비 사업임에도 예산설명서 내용이 불충분한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의회 내에선 현재 재건이 논의 중인 중구 복내동의 이인성 고택 인근에 기념관을 새로 짓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중구의회 회의록과 중구청에 따르면 이인성기념사업회가 한방웰빙체험관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구청 관광사업과 관계자는 “일단 보류 상태”라며 “구청은 공간 규모가 작더라도 콘텐츠를 강화해서 협소한 공간의 한계를 이겨낼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추경에 한 번 더 올려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