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대구 중구의회가 공무원 욕설 논란 등으로 파행된 추가경정 예산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심의하면서 의회-집행부 간 갈등은 일단 매듭지어진 분위기다. 지난 13일 내년도 관광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중구청 간부 공무원의 욕설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권경숙·김효린(국민의힘)·이경숙(더불어민주당) 중구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뒤 추경예산안 심의를 거부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사건이 의회 내 의원간 갈등과도 엮이며 복잡해진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중구의회는 283회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열고 올해 추경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했다. 앞서 추경예산안 심의를 거부했던 권경숙·김효린·이경숙 의원이 ‘추경예산안 심의를 1주일 연장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김오성 의장은 의장 직권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로 판단, 중간보고 이후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중구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추경예산안을 상정했다.
추경예산안 총규모는 3,719억 6,500만 원으로, 1회 추경 예산액 3,454억 6,600만 원보다 7.76% 증액됐다. 일반회계는 265억 원 증액된 3,714억 원이고, 특별회계는 100만 원 감액된 5억 6,500만 원으로 의결됐다.
이날 본회의에선 권경숙·김효린·이경숙 의원이 중구청 간부로부터 욕설을 듣고 위협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이 발언 허가를 요청해 사과했다. 이 공무원은 “지난 1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품위를 잃지 않도록 언행에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중구의회-중구청 관광 사업 예산 삭감 두고 대립 (‘22.12.15.))
류규하 중구청장도 “침체한 동성로와 중구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간절한 열망과 다급함이 의원들에게 정제되지 않는 표현으로 비친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회와 관계를 재정립하고 협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김오성 의장, 김동현 의원 등은 보이콧을 선언한 권경숙·김효린·이경숙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무원이 여성 의원들을 향한 폭력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주민의 민생이 걸린 예산을 볼모로 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돌아와야 한다”며 의회 안에서도 의견 합치가 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추경예산안 심의를 거부하며 집행부 사과를 요구했던 이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본회의에서 해당 공무원과 구청장의 사과는 받았지만 적절한 처벌과 재발방지에 대해선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한 3명 의원이 논의 중”이라며 “나머지 의원들이 동조해주지 않고 있다. (그냥 넘어가게 되면) 집행부 거수기 역할 밖에 더 되나”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