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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49재에 맞춰 대구에서도 추모제가 열렸다. 참석한 대구 시민들은 조속한 원인 규명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사 이후 2차 가해 논란 등에 안타까움도 전했다.
16일 저녁 6시 34분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24개 대구시민사회노동단체·진보정당 공동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대구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6시 34분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최초 경찰 신고 시각이다.
추모제는 추모 발언과 추모시 낭독, 공연 등으로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함께 꾸려진 임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통해 받은 76명의 영정 사진도 마련됐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분향, 조화를 하면서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주최 측은 참사 이후 지난달에도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관련기사=소방관·택배노동자 등 150여 명, 대구에서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22.11.23))
이날 추모식에서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의 메시지도 대독 형식으로 소개됐다. 이 대표는 “그 골목으로 지나갔을 뿐인데 왜 죽음으로 돌아왔는지 국가는 설명하지 않는다”며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이 우리 유가족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도 되지 않는데, 강력한 처벌이 될 수 있을까”라며 “158명은 각자 찬란한 미래를 가졌고 모두 하나같이 아름다웠던 우리 아들, 딸들의 가장 안전한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들도 저희 아들, 딸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바랐다.
대구지하철참사(2003년) 유가족인 황명애(65) 씨도 추모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추모제에 참석했다. 황 씨는 “참사 유가족에게 당신들 뒤에 사람들이 있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울부 짖는 유가족의 목소리가 과거의 내 목소리와 너무 닮은 것 같다. 반복되는 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19살 딸아이 나이만큼 흐른 시간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치는’ 사회같아”(‘22.02.18)
지인들과 함께 추모제를 찾은 서일웅(83) 씨도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 씨는 “아름다운 젊은이들, 누군가의 아들·딸·손자였을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해서 (젊은세대에게) 너무 부끄럽다. 안타깝고 분노스럽다”고 씁쓸해 했다.
특히 젊은 층은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2차 가해 등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추모제를 찾은 원해인(25) 씨는 “대부분 제 또래여서 더 마음이 아프다. 내 일상 또한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까 무섭다”면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는데 왜 안전 대책이 없었는지 너무 비통하다. (피해자들을 탓하는 것 같은) SNS글에 나서서 댓글을 달았다. 피해자 탓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라며 울먹였다.
무대로 나가 추모 발언을 한 신승민(25) 씨는 “구사일생의 생존자도 우리 사회는 지켜주지 못했다. 허망한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없길 바란다”며 “현실의 추모와 분노의 마음만으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책임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49재 추모제는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이뤄졌다. 이날 오전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유족들이 동의한 희생자 영정 67위와 위패 78위를 모시고,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추모 위령제’를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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