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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 정치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법률 판단이 필요합니다. ‘달콤살벌 최변’은 법적 판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뉴스민이 대신 질문하고, 최주희 변호사가 답변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싣습니다. newsmin@newsmin.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대신 질문해드리겠습니다.]
Q. 경북 포항 호미곶 폐양어장에서 여러 마리 길고양이를 포획해 죽인 동물보호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 협박 등),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A(28) 씨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데, A 씨 변호인은 과거 앓은 정신병력을 이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양형과다를 주장했습니다. 여러 재판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신미약’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실제 양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동물학대범에 대한 끔찍한 사건들이 종종 들려오는데요, 동물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분노를 참기 어렵습니다. 최근 경북 포항 호미곶 폐양어장에서 여러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고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범죄로 기소된 자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불복해 항소하여 대구고등법원에서 공판기일이 진행되었는데요. 범죄자인 A가 과거 앓은 정신장애를 근거로 심신미약을 주장하였다고 하죠.
법률에서 말하는 심신미약이란 무엇인지,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 형벌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형사상 범죄의 기본법인 형법에서 정의하는 심신장애(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을 총칭함)와 그 양형에 관해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제55조(법률상의 감경) |
우선 형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및 심신미약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의 상실 또는 미약함을 의미합니다.
이 때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란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란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지를 정하여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은 판단능력 또는 의지능력과 관련된 것으로서 사실의 인식능력이나 기억능력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도17346 판결).
한편 현재 피고인 A는 자신의 과거 정신병증 및 최근 진단받은 적응장애,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 및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심신미약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A의 정신장애 중 적응장애와 수면장애, 우울증 및 공황장애는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 영향을 미칠만한 법률상 유의미한 정신적 장애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 밖에 양극성 정동장애의 경우,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우는 정신병인데, 과거 대구고등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조울정신병의 울증상태 경과중에 있었고 그 범행이 조울정신병의 조증상태에서 급성조증발작기에 야기된 행위이면 이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로 인정(대구고등법원 1972. 11. 16 선고 72노751 판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사건 전반을 살펴본다면, A의 범행은 길고양이를 유인하여 포획하고 이후 포획한 고양이 전부가 아닌 일부를 선별하여 잔혹한 방식으로 죽이는 등 그 범행의 형태와 방식에 비추어 볼 때 사물변별능력이 미약하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당시에 정신병증이 발현 중이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정신병증에 의해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황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그저 자신의 형을 감경받고자 하는 헛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최주희 변호사의 법적 판단입니다.
만약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그 형기의 2분의 1 범위 내로 형의 최장기형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률에서 규정하는 범죄의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이라 한다면 2년 6개월 이하로 최장기형이 절반으로 감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A가 주장하는 점에 관해 한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점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형을 감경할지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재량권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심신미약자의 경우 형벌보다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신미약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최종 구형을 변경하여 치료감호소에서의 치료를 구하는 경우 A는 우선 정신병증의 치료를 위해 치료감호소에서 치료를 위해 구금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치료감호소의 치료 이후 추가된 징역형이 있다면 치료감호소에서의 구금치료를 통해 병증이 완치되었다고 판단되면 그때 비로소 감옥에서 징역형을 마저 처벌받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단순히 형이 가벼워진다는 일반적인 시각은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매우 허술한 선입견이고, 실제 사건에서는 심신미약이 인정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심신미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형의 감경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린 점, 그리고 나아가 형의 감형과 별개로 치료감호소에서의 구금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구에서 인간 역시도 포유류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모든 동식물이 공존하며 함께 영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물권을 중시하는데요, 이런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을 접할 때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은 그 첫 시도가 동물학대, 살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하며 초기에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더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며 함께 공존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