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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지원되어야 할 영역은 ‘언어’로 분석된다. 대구 달성군에 정착한 고려인 청소년을 심층 면접한 김신명 영남신학대 특임교수에 따르면 언어는 청소년이 진로를 포함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주요한 요소로 파악됐다.
15일 오후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2022년 대구시 다문화 청소년의 실태와 향후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김신명 교수는 달성군에 거주하는 고려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김 교수는 심층 면접을 통해 그들의 ▲자아상/ 정체성 ▲언어 ▲관계 ▲외부지원(환경) 등에 대해 묻고, 진로탐색 상황 등을 살폈다. 면접에는 12~19세 청소년이 8명 참여했고, 다문화 강사도 1명 포함됐다. 이들의 한국 체류기간은 최소 5개월에서 7년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려인 청소년들은 한국어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정체성 혼란, 자기 존중감 상실, 학업 성취도 저하 등의 문제를 겪었고, 또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는 관계 단절도 겪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부를 제외하면 청소년 대부분이 한국어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소통에 통역이 필요했다.
김 교수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다르다”며 “한국어로 말할 땐 눈이 아래로 향하고 목소리도 굉장히 작은데, 러시아어로 말할 땐 통역 선생님 눈을 바로 보면서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농담도 할 여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의 한국어 능력은 교우관계, 자신감, 학업 성취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언어 소통의 부재로 힘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성공적인 진로 탐색에 한국어 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몇몇 청소년 사례를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3살인 A의 경우 어린이집을 다닐 무렵부터 한국살이를 시작해서 한국어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데, 김 교수는 “A는 한국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문제가 없고, 진로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룹 안에 자연스럽게 정착했다”고 전했다.
반면,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10대 초반에 입국해 5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17살의 B는 중학교를 그만뒀는데, 어린시절 놀이터에서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며 관계 단절을 겪었다.
김 교수는 “끔찍한 차별 경험은 잘못된 자아상을 형성하고 관계를 만드는 것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결과적으로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고착화된다”고 짚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다문화 부모의 경우, 한국어 의사소통 어려움과 자녀들을 위한 교육 지원 및 서비스 이용률이 낮다”며 “이중문화 적응 스트레스는 다문화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에 큰 혼란을 주고,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기게 만든다. 외모와 언어 능력으로 인한 차별에서도 마찬가지로 심리적 위축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YMCA 주관으로 개최됐다. 김 교수 발제 후에는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사회로 조성제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수현 참한국인권문화연구소장, 쿠반디코바 아지자(KUVANDIKOVA AZIZA) 대구다문화강사협회 강사, 김정희 (주)희망터 상임이사가 토론을 진행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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