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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신청사 설계비를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홍준표 시장이 신청사건립과 잠정 폐쇄로 대응하면서 신청사 건립 사업 전망이 어둡다. 홍 시장은 ‘청년의꿈’에서도 신청사 건립 추진이 전임 시장의 결정 때문이라며 우회적으로 신청사 건립 사업에 대한 탐탁잖음을 드러냈다. 정의당은 “홍 시장의 남 탓이 또 나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홍 시장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대구시의회 출석 후 SNS를 통해 “신청사추진과(신청사건립과)를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고, 청년 소통을 위해 마련한 ‘청년의꿈’에서도 신청사 사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관련기사=홍준표, “신청사건립과 잠정 폐쇄”···사실상 백지화?(‘22.12.15))
홍 시장은 “대구시 신청사 굳이 지어야 하느냐”고 묻는 한 사용자의 게시물에 “전임시장이 결정을 해놓아서”라는 짧은 답을 남겼다. 신청사 건립 사업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시장 취임 전부터 신청사 사업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신청사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안팎의 비판을 받고 하루 만에 말을 번복했다. (관련기사=‘대구 신청사 이전 재검토’ 하루 만에 말 바꾼 홍준표(‘22.4.7))
취임 후에는 별관으로 사용되던 산격동 시청사를 본관처럼 활용하면서 동인동 시청 이전에 관심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이 문제가 거론됐다. 지난 2일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허시영 대구시의원(국민의힘)은 “동인동 청사 봐라. 동인동 청사 싫어서 우리 시장님 오지도 않는다, 좁아서”라며 “하코방 같다고 하던가, 산격동 가 있다. 넓은 곳에”라고 말했고, 기획행정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시의회 공간 부족 문제가 거론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동인동 시장실을 언제까지 그냥 둘거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이 신청사건립과 폐쇄라는 카드를 꺼내들자 정의당 대구시당도 비판에 합류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15일 성명을 내고 “홍준표 시장의 남 탓이 또 나왔다”며 “부서 폐쇄라니, 애초에 신청사 건립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안 심의 권한이 있는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했으면 해당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단체장은 해당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충분하다. 내년 초에 추경 예산안을 제출하여 추진할 수 있고, 별도 기금을 조성해 추진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정의당은 “홍 시장의 남 탓은 한 두 번이 아니”라며 “정체도 밝히지 않은 ‘기득권 카르텔’은 홍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도, 시의회 시정연설 때도 나타나 홍 시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체라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힐난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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