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는 지난 9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조례안이 하나 있다. 2007년 5대 북구의회 노상권 의원 외 7명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다른 의원들의 반대로 심의 보류 됐다. 결국, 5대 의회 임기 중 재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조례는 ‘대구광역시 북구 장애인복지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다. 6대 의회를 건너뛰고, 7대 의회에 와서야 조례안은 빛을 보게 됐다. 대구 8개 구군 중 마지막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의 기획, 조사, 실시에 필요한 사항 심의를 위해 장애인복지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한다.
대구는 2005년과 2007년 각각 달성군과 남구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 2012년에서야 수성구가 관련 조례를 만들었고, 2014년 이후 대부분의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마무리했다. 북구의회가 이번 달 220회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의결하면 대구 8개 구군 중 마지막으로 조례를 제정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북구는 남구가 조례를 제정한 지난 2007년 마찬가지로 조례를 만들려고 했다. 당시 노상권 의원이 동료 의원 7명과 이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나머지 다른 의원들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에서 심의 보류 됐다.
9년 전 기초의원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사건이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문무학, 김병규 의원(이상 한나라당) 등은 조례 제정으로?설치한 위원회가 이익집단이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정을 반대했다.
김병규 의원은 회의에서 “(위원회 위원) 2분의 1 이상을 장애인으로 하게 된다. 심도 있는 심의가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선출직 구청장이 위원장이 되어 있을 때 과연 심도 있는 예산집행이라든지 할 때 가능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달라는 것 다 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위원회가 이익집단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형기 의원(한나라당)은 “조례 제정 이후에는 이것을 알면 정말로 불행한 장애인들이 와가지고 이것저것 감당할 수 없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겠느냐”며 “그럴 경우에 심의위원 위촉위원 중 2분의 1 이상으로 한다고 할 때 분쟁의 소지가 많다”고 맞장구쳤다.
이들뿐 아니라 안수호, 박재흥, 이길제 의원 등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의원 대부분이 “시기상조”라며 조례?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의원들의 반대가 크자 노상권 의원도 조례안 제정을 포기하고, 안건 심의를 보류했다.
9년 만에 다시 이영재 의원(정의당)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은 9년 전 의원들이 반대했던 위원회 위촉위원 중 2분의 1 이상 장애인 조항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다른 구군 조례도 마찬가지다. 북구보다 앞서 조례를 제정한 7개 구군은 모두 위촉위원의 2분의 1 이상을 장애인으로 하도록 했다. 이는 조례의 상위법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위촉위원 중 2분의 1 이상은 장애인으로 하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영재 의원은 해당 조항은 영역이 다양한 장애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재 의원은 “다양한 영역의 장애인이 각자 대표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북구도 장애인 별로 지원 과정에서 차별이 심하다. 규모 있고 힘 있는 단체가 혜택을 많이 보고, 발달장애인처럼 대표성이 약한 장애인은 지원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례가?만들어지고 나서도 문제다. 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계획을 수립해서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