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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2000년대 이후 재개발·재건축으로 ‘쪽방’은 줄었지만, 고시원과 같은 부엌·화장실이 갖춰지지 않은 다른 형태의 ‘비주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쪽방 거주민 지원정책을 넘어 빈곤층의 저렴한 주거 공간에 대한 정책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7일 오후 3시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대구노숙인시설협회,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교육장에서 ‘홈리스 실태조사 및 주거상향사업 보고대회’를 열고 주거빈곤층 실태와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보 절실
기형적인 ‘비주택’ 주거 늘었지만, 더딘 정책 지원
권용현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이 대구지역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거리노숙인과 노숙인자활시설 생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리노숙을 시작한 계기로 경제적 문제가 66.3%로 가장 많았고, 가정문제가 16.9%로 뒤를 이었다. 거리노숙인의 생활 형태는 노숙 시작 이후에는 거리와 쪽방 26.8%, 지속적인 거리생활 22.8%, PC방, 만화방 등이 16.5% 순이었다.
생활시설 이용 의사를 밝힌 이는 43.3%로 나타났는데, 여성 노숙인을 위한 전용 시설 필요성이 대두됐다. 또, 긴급지원 대상자라도 주거지가 없으면 수급비 지원까지 주거공백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도 언급됐다.
권 사무국장은 “정부 지원 방안이 있어도 상담받은 노숙인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가능한 제도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노숙인의 안정적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위해서는 주거지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간사는 ‘대구 비주택 거주자 복지수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경진 간사는 1평 내외의 개인 부대시설이 없는 공용공간을 쪽방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춘 모든 거주지를 ‘비주택’이라고 정의한 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간사는 “유엔 주거권특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국제인권법 기준에서는 ‘노숙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 자체 자료에 따르면 쪽방거주민은 2013년에 잠깐 증가했지만, 지속해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21년 사라진 쪽방 건물은 총 67곳이었는데, 재개발·재건축 사유가 51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시원은 북구와 달성군에 대거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조사한 비주택 조사지 건물의 주거면적은 평균 5.6㎡로 쪽방의 실태와 동일하진 않았으나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 부재는 여전해 주거환경이 향상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간사는 “기형적인 비주택 주거는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정책지원의 확장은 더뎠다”면서 “단발적 사례 지원보다는 기존 건물 소유권을 건물주와 사업을 통해 숙박업소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안 등 적절한 주거라는 목적을 향한 정책 의지가 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거상향사업 성과 있으나, 물량 부족 여전
정비사업으로 쫓겨난 이들을 위한 대책은 부족
비주택 개선해 살만한 공간으로 바꾸는 정책 필요
주거와 사회서비스 결합한 지원주택 제도화 필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립 불가능, 공공이 매입에 나서야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장은 주거상향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2021년, 2022년 주거상향상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비주택 거주자는 각각 98명이다. 최 센터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뭔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서류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이후 선정되기까지 5~6개월 대기한다. 결과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상담하는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어려운 사업”이라며 “관련 기관들의 협업체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센터장은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도 필요하지만, 정비사업으로 쫓겨나는 분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동절기 강제 퇴거가 이뤄지는 분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비숙박용 다중 이용시설을 사람이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단기적으로라도 안전한 공간에 살 수 있도록 바꾸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와 더불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비주택 주거공간 거주자에 대한 지원 체계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지아 대구시행복진흥서비스원 부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안정적인 주거와 서비스가 결합한 지원주택 제도화를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며 “지원주택은 주거 유지를 위해 공과금 및 임대료 연체 관리 등 입주자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 서비스 지원, 건강관리 지원, 취업 상담 등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조부활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장은 “주거 상향한다고 삶이 바로 바뀌지 않는다. 공간만 바뀐 것이다. 땜빵식 지원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노숙인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게 아니라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지원을 이어가는 정책 대상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주거상향 지원 사업 예산을 확 늘려서 더 많은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됐는데, 공공임대주택 물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며 “대도시 도심에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전략은 이제 불가능한 단계가 됐다. 지금처럼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는 적극적으로 공공이 주택을 매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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