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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 부지 일부 매각 문제를 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간 갈등 불똥이 ‘신청사 설계 공모 설계비’로 튀었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2023년도 대구시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구시가 편성한 신청사 설계 공모 설계비 130억 4,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달서구 지역 의원들 반발이 커서 예결특위에서 ‘부활’ 가능성도 미지수다.
지난 1, 2일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김지만)는 소관 부서에 대한 예산안 예비심사를 실시했다. 예산안 심사 결과 위원회는 군사시설 이전 기획 민간자본 유치활동 예산 2억 5,000만 원, 미군부대 통합이전 종합계획 수립용역 10억 원, 시내버스업체 재정지원 101억 원, 파워풀 도시환경 조성 2억 원, 통합신공항 건설 관련 홍보비 1,000만 원, 신청사 설계 공모 설계비 130억 4,000만 원 등 총 377억 여원을 삭감했다.
단일 항목으론 신청사 설계비가 가장 큰 삭감액을 차지한다. 대구시는 내년 4월경 두류정수장 부지 중 일부를 매각하고 남은 6만 8,000여m2를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난 9월 두류정수장 부지 전체 15만 8,656m2 중 약 9만m2(56.9%)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할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매각 절차와 신청사 건립 절차를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홍준표식 대구 신청사 계획···부지 줄고, 건립비 늘고(‘22.9.6))
김상우 대구시 신청사건립과장은 “저희가 사업 기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놓쳤던 행정 절차 기간을 반영 하다보니 2028년 준공이 목표인데, 시민들께서 대구시가 애초 말한 일정대로(2026년) 건립되었으면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비 확보하는 매각 절차와 건립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과정에서 대구시가 내놓은 계획보다 건립 부지를 약 1만 m2 줄이는 내용이고, 2019년 신청사 공론화 과정에선 매각 계획이 언급되지 않아서 부지 전체를 신청사와 연계해 개발한다는 것이 달서구의 계획이어서 반발이 예상됐다.
실제 대구시 발표 후 달서구를 중심으로 매각 반대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 의회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만규 의장은 매각 계획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매각 반대 입장을 밝혔고, 달서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2일, 건교위의 도시주택국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허시영 의원(국민의힘, 달서구2)은 “매각 비용을 청사 건립 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며 “시장님이 빨리 추진하라며 예산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건 틀림없이 생색내기용이다. 의회에서 안된다고 하는데 매각 전제로 설계에 들어갔다. 삭감하라는 말인가, 통과시켜달라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건교위는 이날 회의 말미에 계수조정 과정에서 설계비를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김지만 위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다른 부지를 팔아서 예산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저는 큰 틀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걱정하는 건 시청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걸 시민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고, 달서구 의원님들이 적극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8일부터 대구시 예산안 심사를 예정하고 있는 예결특위는 대구시와 의회 입장을 두고 심도있는 심사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달서구 의원들 반발이 큰 만큼 예산을 다시 되살리는 게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우 신청사건립과장은 “매각은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심의 받을 때 매각해도 되는지 의회 의결을 받게 되는데, 그 절차까지 가려면 기간이 좀 남았다”며 “시 입장에선 사업비 확보를 위한 특단의 결정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방향으로 가려고 의원님들 설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청사 부지 일부 매각 추진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홍 시장은 “시청을, (부지를) 팔지 말고 지으라고 하는데 지가 돈 낼 것도 알면서 어떻게 그런 억보 같은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예산 심의하는데 어느 시의원이 이거 팔려고 하면 TK 공항 예산 깎는다고 했다더라. 그런 돌아이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런 사람이 시의원 자격이 있나. 자격 자체가 없다 그런 게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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