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아사히글라스의 노사협의회 의장이 해고된 비정규직 노조원을 만나 노조 탈퇴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3월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 직후 하청업체(GTS)는 지난 1일 조합원 개개인의 집으로 ‘확인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확인서는 고소·고발 취하와 복직 투쟁을 중단하면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8일 오후 5시 30분이 작성 마감 시한이었다.
확인서 작성 마감 하루를 앞둔 4월 7일 윤석규 아사히글라스 노사협의회 의장은 구미의 한 식당에서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A 씨를 만났다. A 씨 친구인 정규직 노동자 B 씨가 주선한 자리였다.
<뉴스민>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석규 의장은 A 씨에게 “내가 다른 데를 내봤으면 내 친구도 공장은 내가 얘기를 해줄 수 있다니깐요”, “그리고 내가 내 친구들 공장이 있으니깐…”, “내가 일자리를 얘기하잖아요 일자리를 얘기하는데 그것도 안하실라 카면 투사하세요”, “친구가 얼마나 답답하면 아침에 휴가를 내고 갔겠습니까? 내일이 마감이잖아”라며 일자리 알선과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윤 의장은 “(B 씨를) 이제 다른데 보내가지고 뺑뺑뺑 돌려가지고 사표 쓰게 만들라고…”라며 친구 B 씨에 대한 고용 문제로 A 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또, 윤 의장은 회사(아사히글라스)가 차헌호 지회장에 대한 감시, 차량 미행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장은 “조합원들이 명퇴신청 등기를 받고 노조를 탈퇴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조합원 단속을 안 하고 외부 연대투쟁으로 돌아다닌다”, “이제 차헌호는 투사가 될 것이다”, “공장 굴뚝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이후 전국 민주노총에 올라갈 것이고”, “구미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하거나” 등 차헌호 지회장과 조합원 사이를 갈라놓는 발언을 지속했다.
하청업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원청 노사협의회 의장이 확인서 작성과 노조 탈퇴 요구에 나선 것은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윤석규 의장은 GTS가 발송한 확인서에 서명한 조합원 숫자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앞서 하청업체 GTS 정재윤 전 사장도 2차 위로금 지급을 제안하면서 “법적으로 GTS는 아무 역할이 없다.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고생한 사람들이라 역할을 하고자 했다. 아사히가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나라도 나서서 돈이라도 더 받아 사람들 챙겨주려고 한 것”이라며 원청과 연관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사용자성이 없다던 원청(아사히)이 하청 조합원을 별도로 만나 노조 탈퇴, 투쟁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는 자체가 노동조합 운영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라며 히라노 타케시 아사히글라스 대표이사를 구미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회사의 지배개입에 대해서 전면 부정했다. 아사히글라스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노사협의회에서도 (비정규직 노조 문제 관련) 논의한 적도 없고, 회사에서 지시한 적도 없다”며 “고소·고발 건에 대한 조사 요청이 들어오면 임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 구미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40여 명은 지난해 5월 29일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하청업체 GTS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6월 30일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GTS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면서 7월 29일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각하했고, 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GTS에 대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초심인 각하 결정을 유지했지만, 아사히글라스에 대해서는 초심을 뒤집고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