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후 첫 한파···매천시장 상인들, “하루빨리 화재 전 시설 복구”

화재 발생 농산A-1동 철거, 1월 중 예정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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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아,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저것들(농산물)은 어쩔 거야. 임시로 천막이고 컨테이너고 지어주는 것도 좋은데, 원래 점포를 언제 복구해줄 건지 확실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

올해 첫 한파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0일 오전 8시,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입구와 가까운 임시천막에서 난로를 켜고 손을 쬐던 상인 김현정(가명, 60대 중반) 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24년 째 매천시장에서 채소 도매업을 해 온 김 씨는 오늘도 새벽 2시 30분에 나와, 물량을 쳐내고 남은 손님 1명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임시점포 안에는 잡동사니, 간이 책상, 난로, 온풍기 등이 흩어져 있었다.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임시천막. 30일 오전 8시경 매천시장을 찾았다. 상인들은 새벽 업무를 끝내고 오후 경매장이 서기 전 잠깐 퇴근하거나 천막 안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매천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중도매인 점포 68개를 태웠다. 불은 당일 오후 11시 59분쯤 진화됐지만, 이날 점포를 잃은 상인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씨는 “불났을 때 반려견이 안에 있다가 죽었어. 눈앞에서 본 트라우마 때문에 약도 먹기 시작했다니까. 말이 24년이지, 집보다 가게에 살림살이가 많았는데, 다 타버렸지. 처음엔 계산서, 장부 탄 것에 놀랐는데 한숨 돌리고 살펴보니까 내가 그 안에 별별 것을 뒀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천막을 마련해줘서 장사는 하고 있는데 임시점포 공사가 마무리되면 또 다 들고 옮겨야 돼. 집도 이사 앞두곤 싱숭생숭한데, 가게도 계속 자리를 못 잡으니 일이 손에 안 잡히지”라던 김 씨는 “오후 2시 경매를 위해 다시 나와야 한다”고 천막 입구를 여미고 떠났다.

화재 이후 한 달, 김 씨를 포함한 피해 상인들은 시장 주차장 일부에 마련된 임시천막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불이 난 구역은 안전 펜스와 천으로 가려져 있지만, 바람을 따라 천이 움직이며 화마의 흔적을 그대로 내보였다. 인근에는 농산물이 담긴 박스가 쌓여 있었다.

▲불이 난 A-1동 한 쪽은 안전 펜스와 큰 천으로 가려져 있으며, 근처로는 농산물이 담긴 박스가 쌓여 있다.

이날 오전 만난 상인 8명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원래 점포를 빨리 복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이 난 농산A-1동에서 30년간 과일 도매를 한 김성식(47) 씨는 “도매는 어차피 단골장사이기 때문에 똑같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물건을 보관할 공간이 협소해 불편하다. 다른 건 필요 없고 빨리 원래 공간을 복구해서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대구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물동량, 거래금액은 화재 직후 전년 수준의 90% 이상을 회복했으며, 화재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현진 사고수습대책위원장은 “상인들은 정상적으로 회복했다고 보진 않는다. 지금은 특히 청과 쪽 비수기이기 때문에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곧 김장철 앞두고 배추 같은 것의 물량을 넣는 시점이라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주차장 내 동선이나 매연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도 우려가 여럿 나왔다. 새벽 업무를 마무리하고 배달 온 백반을 먹으며 임현철(57) 씨는 “한쪽에는 임시 천막이 처져 있고, 곧 패널 점포가 들어오니 주차 문제가 걱정이다. 당장 길가에서 영업을 하려니 매연 문제도 있지. 도매 물량은 비슷해도 소매는 확 줄었어. 다 저 안쪽으로 가지, 누가 여기서 사겠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위원장도 “시에서 임시점포 공사가 다음 달 중하순쯤 마무리될거라고 한다. 안 그래도 복잡한데 공사 장비 와야지, 김장철에 명절 앞두고 물량 이동도 많아질 텐데, 우리도 안 겪어본 일이다 보니 서로 양보를 많이 한다”며 “아직은 날씨가 괜찮지만 영하로 들어서면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계속 상황을 메꾸고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임시텐트를 철거하고 보온 기능을 갖춘 임시 점포를 다음 달 중으로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상인들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원래 점포를 빨리 복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대구시는 사업비 10억여 원을 들여 임시텐트를 철거하고 보온 기능을 갖춘, 패널로 된 임시 점포를 다음달 중으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인들이 서두르길 원하는 농산A-1동 복구 작업을 위해선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가능한 한 빨리 행정절차를 밟으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 예산이 확정이 안 되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순 없다”며 “지난달 국토안전관리원에 제출한 ‘A-1동 해체계획서’는 아직 검토 중이며, 적정 통보를 받으면 내년 1월 중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대구시 책임론도 거론된다. (관련 기사=매천시장 스프링클러 미작동 누구 잘못? 대구안실련 “대구시 책임” (‘22.11.14.))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