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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청이 이슬람 사원 건축지에 놓여진 이슬람 혐오의 상징, 돼지머리를 두고 “주민에게 필요한 물품”이라며 철거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 10월말부터 한 달째 사원 건축지에 돼지머리가 놓여지면서 인근 이슬람 유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돼지머리 게시가 이슬람 혐오 행위임에도 북구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지에는 지난 10월말부터 1달 가량 돼지머리가 놓여있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돼지머리가 부적정처리폐기물이기 때문에 구청이 이를 처리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위가 돼지머리 관련 북구청(구청장 배광식)에 보낸 질의 공문에 북구청은 “돼지머리 방치는 구청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변서를 보냈다. 북구청은 답변서를 통해 “돼지머리 등 물품은 사원 건축을 반대할 목적으로 사용 중인 물건이라 해당 주민에게 필요한 물품이며 일정 주기로 새 물품으로 교체하는 등 관리가 돼 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구청 입장을 확인한 대책위는 28일 오전 11시 북구청 앞에서 ‘반인권적 무책임 무대응 대구 북구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부 주민들이 공사 부지 옆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거나 돼지머리를 두는 반인권적 방식으로 이슬람 사원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돼지 사체나 돼지머리를 무슬림 사원 앞에 투척하거나 전시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이슬람 혐오를 표현하는 대표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돼지머리가 썩어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는데도 행정조치가 없어 북구청에 질의서를 보냈는데 돼지머리가 주민에게 필요한 물품이라고 답했다”며 “주민 공사 방해로 사원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재 책임이 있는 북구청이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행정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어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무아즈 라자크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북구청의 태만과 차별적 행정으로 인해 이슬람 혐오범죄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거부하는 북구청과 경찰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스럽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전역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한 한국 정부도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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