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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한 시기에 배우자 김혜경 씨를 수행하며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현재 수사와 재판을받고 있는 배 모씨는 ‘총무과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뉴스민>이 단독으로 입수한 경기도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배 씨는 총무과 소속도 아니었고 별정직도 아니었다. 지난 10월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2018-2022년 경기도 총무과 업무분장표’에 배 씨가 부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 이어, 같은 기간 경기도의 별정직 공무원 전체 명단에도 배 씨가 없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했다.
배 씨가 명목상의 담당 업무를 소화하지 않고 김씨의 의전을 맡은 것이라면, 배 씨의 급여는 국고손실로 볼 수 있으며 이 대표도 국고손실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남부경찰청의 노규호 수사본부장은 지난 9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배 씨의 채용 절차상에 문제점이 없었고, 채용 후 공무원 업무를 수행한 부분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 씨가 애초 담당한 업무가 무엇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당시 임명권자인 이 대표에 대한 혐의 재검토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총무과 별정직’이라고 알려진 배 씨,
총무과 업무분장표에도, 별정직 소속 명단에도 없었다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2018-2022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명단’에 따르면, 이 기간에 별정직으로 근무한 인사들은 비서실 소속과 외교통상과 소속, 이렇게 둘로 나뉜다. 비서실 업무분장표에는 최근 구속 수감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지난 9월 1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알리며 이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김현지 보좌관 등의 이름이 보인다. 외교통상과에는 도지사의 국제관계 보좌를 위해 다섯 명의 별정직 공무원이 근무했다. 배 씨는 어느 명단에도 없었다.
앞서 지난 10월 15일 <뉴스민>은 ‘김수민의 뉴스밑장: 월간 지방정치 4호’를 통해 배 씨가 이재명 지사 재임 기간 경기도총무과 업무분장표에 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이 자료는 인사 발령이나 업무 교체가 모두 반영된 것이며, 기간제 및 시간제 직원은 물론 청년인턴까지 포함한 것이다.
제20대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전직 직원의 제보자가 법인카드 유용을 폭로했을 때 배 씨는 ‘총무과 별정직’이라고 알려졌다. 그가 담당한 업무가 ‘외국인 의전’, ‘대외협력 담당’이라는 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외국인 의전은 고정적 업무라고 보기 어렵고, 외국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외교통상과’나 ‘투자통상과’ 같은 부서의 관계자가 맡을 일이다. 도의회, 정부, 타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업무는 ‘기획예산담당관실’ 소관이다. 배 씨나 이 대표 측도 담당 업무에 대해 공식 발표한 바는 없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결국 배 씨의 소속 부서와 담당 업무에 대해 공인할 수 있는 사실은 전무하다. 실제로 수행한 업무가 무엇인지는 차치하고 그가 애초 알려졌던 대로 ‘총무과 별정직’이라는 근거도 없다.
‘단순 실수로 누락’, ‘고의 삭제’ 가능성 희박
다른 부서에서 다른 업무 맡았거나, 숨겨진 공무원?
배 씨가 총무과 별정직이 맞았는데도 해당 자료에 빠지게 된 가능성은 없을까? 첫째, ‘단순 실수에 따른 누락’이 있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는 인사 발령이나 업무 교체가 발생할 때마다 신규로 작성되었던 모든 업무분장표를 모은 것이다. 단순실수로 누락되었다 해도 4년 내내 배 씨의 이름이 빠진 것은 불가해한 일이다. 더구나 ‘총무과’뿐 아니라 ‘별정직’ 명단에도 배 씨의 이름이 없었다.
둘째,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이다. 원래 있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고의 삭제는 징계 또는 처벌 대상이다. 일부를 비공개하려면 그 사유와 근거를 밝히고 ‘부분공개’ 통지를 해야 하지만, 그런 조치는 없었다. 그런데 과연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할 개연성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배 씨가 ‘총무과 별정직’이 아니었을 경우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다른 부서에서 다른 형식으로 취업돼 일했을 경우다. 배 씨는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이 아닌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어공인데 별정직이 아니라면 기간제 또는 시간제 등으로 일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 씨는 시종 ‘5급 사무관’으로 알려졌었다.
둘째, 공무원이 아니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 급여를 수령해왔다. 이 대표의 국고손실 혐의 적용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 ‘숨겨진 공무원’으로서 의도를 갖고 업무분장표에서 빠졌을 경우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가 곧바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선 최대 악재였는데도 설명 없는 이재명 대표
<뉴스민>, 경기도지사 상대로 행정심판 청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문제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측도 제보자가 주장한 내용을 일부 인정해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공개 기자회견으로 대국민사과까지 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위법성과 심각성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도 이뤄져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시사IN> 의뢰로 대선 직후인 3월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이재명 당시 후보에 관한 부정적 이슈 1위로 꼽혔다. 67.4%가 이 사건으로 ‘이 후보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이 대표의 대선 지지율이 47.8%임을 감안하면, 지지자 사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작지 않게 퍼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참조 기사: <시사IN>, ‘열심히 투표한 당신, 왜 찍고 왜 안 찍었나’)
이 사건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는 수준을 넘어서서 ‘사법 처리’라는 고비를 맞고 있다. 법인카드를 유용한 배 씨뿐 아니라 특혜를 입은 김혜경 씨도 처벌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나아가 배 씨가 경기도에서 정당하게 근무해서 급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 인사권자인 이 대표가 국고손실혐의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배 씨가 담당한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배 씨의 정체가 묘연한 가운데 <뉴스민>은 지난 11월 7일, 배 씨의 실명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내용을 거론하며 그의 소속부서와 담당 업무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기도측은 비공개 통지를 해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적시해두고 있는데, 제4호(수사가 진행중인 사항)에 해당하여 답변이 제한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한 정보 일체가 비공개 대상이라는 근거는 법률에 없다. 법률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敎正), 보안처분에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공무원의 실명과 소속 부서, 담당 업무는 공개해야 하는 정보로 분류되어왔고, 그에 따라 <뉴스민>도 이번 취재에서 각종 명단을 입수할 수 있었다. 수사 및 재판중이라고 해서 공무원의 소속 부서와 담당 업무를 새삼 비공개해야 할 사유는 없다. 이 정도의 단순 정보가 수사와 공소 유지, 형의 집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지도 않는다. 배 씨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도 않다. 수사와 재판을 제대로 진행했다면 진작에 파악했을 초보적인 정보다. 배 씨가 실제로 무슨 행위를 했는지를 곧바로 드러내주는 증거도 아니다.
지난 11월 22일 <뉴스민>은 경기도의 비공개 결정 통지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팟캐스트 겸 유튜브 ‘김수민의 뉴스밑장: 월간 지방정치’ 5호에도 담겨져 있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