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여 정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현재 선거제도가 사회 양극화와 혐오 배제를 부추기고 있다며, 국회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다당제 국회 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속 정당마다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견해차도 드러났다.
25일 오후 3시 대구무역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연속토론 광주·대구 토론회’에서 주발제에 나선 이소영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으로 귀결되고, 이는 양당의 대결 정치를 부추긴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는 김병욱(포항 남울릉), 홍석준(대구 달서갑) 국민의힘 국회의원,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선거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각자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는 강민국 국회의원 등 국회의원 46명 등이 주최했다. 토론회 현장에는 김병욱, 이인선, 홍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영배, 김종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이소영 교수는 대결 정치를 ‘정치적 부족주의’라고 표현하며 승자독식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다당제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기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지는 제도에서는 정책으로 남을 이기는 게 아니라 남을 쓰러트리는 것으로 된다”며 “정권이 교체되면 교체되는 쪽은 부담이 너무 크고, 교체하는 쪽은 보상이 너무 크다. 결국 양보할 수 없는 사생결단의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행 정치 제도의 문제로 ▲강력한 대통령제 ▲거대양당 중심 양당제 ▲비민주적 정당공천 ▲중앙정치 중심 권력 집중 ▲제한적 시민참여로 꼽았다.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이 교수는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헌법개정보다도 어려울 것”이라며 “의원 정수를 확대하되, 이에 대한 정당한 근거를 국민에게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1대 총선에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없는 제도”라며 “국민을 설득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려가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다당제를 실현할 때 양당 국회의원들이 참아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리는 2020년에 위성정당 만드는 걸 경험했다”며 “하지만 의석 뺏기는 걸 두려워하면서 정치 개혁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소선거구제-비례대표성 강화 필요”
국민의힘 김병욱, “팬덤정치 극복…양원제 도입도 방안”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중대선거구 아니라도 지금과는 달라져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석수 그대로 두고 지방 대표성 못 살려”
발표자들은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모으면서도,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소 다른 의견을 냈다.
홍석준 의원은 “승자 독식 문제는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장악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문제고, 중대선거구보다는 이소영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의한 소선거구제 기반 비례 대표성 강화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어려운 대구나 경북에서 지역 할당에 의해 비례의원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면 특정 지역의 정당 (독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는 가능할 지 모르겠다. 당대표 선거에 나오는 분들도 하나같이 정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국민의 박수를 받기 때문”이라며 “지방소멸 시대에 지방은 국회의원 수가 적을 수밖에 없어 불리한 상황이 된다. 균형개발 차원에서 지방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욱 의원은 “우리나라 정당은 개딸정당 아니면 태극기 정당이라는 말이 있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정당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지지층 당원들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의 모든 걸 차지하는 구조를 (바꾸고), 더 많은 대중이 정당 의사결정 과정에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와 관련해 김병욱 의원은 “선거제도는 혁명적 변화만 요구하면 무변화다. 비례대표 확대는 부정적”이라며 “우리가 양원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같은 수의 상원 의원들을 지역마다 두도록 해서, 지역 대표성도 확보하고 의회 독립성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구 위원장은 ‘허대만법’ 과 같은 정치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민구 위원장은 “(포항 선거구에서) 허대만과 과메기가 붙어도 과메기한테 진다는 자조적인 말을 들었다”며 “허대만법은 비례 의석에 대해 6개 권역으로 나눠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지금은 동서 갈등이 아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다. 비수도권은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선거법 개정은 필요하다”며 “꼭 중대선거구제 도입,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도, 무조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미애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제도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임미애 위원장은 “지방이 소멸된다면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고 하면, 지방 의석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석수 그대로 두고 지방 대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의석수 늘리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미애 위원장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북 23개 시군 중 12개 지자체에서 비례대표 선거(지방의원)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이건 제도라고 할 수 없다”며 “기초의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키워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도 불가능하다. (기초의원이 다음에) 도의원에 어떻게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치로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도의원 선거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