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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성범죄 추세와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성범죄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지만, 2021년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성범죄 총량은 2019년보다 증가했다. 범죄의 양상은 일정 부분 변화를 보이는데, 강제추행·강간 같은 전통적 성범죄는 줄고 카메라나 통신장비를 활용한 디지털 범죄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뉴스민>은 대구 10개 경찰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4년간 지역에서 발생한 성범죄 유형별 발생(입건) 현황을 파악했다. 범죄 유형은 ▲강간·강제추행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등으로 분류했다.
4년간 데이터를 보면 눈에 띄는 변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성범죄는 전년대비 84% 수준으로 급감했고, 다른 하나는 2021년부터 카메라나 통신매체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30% 이상 넘어서면서 급증했다는 것이다.
2020년 대구 10개 경찰서가 처리한 성범죄 사건은 모두 1,067건으로 2019년 1,267건의 84.2% 수준으로 줄었다. 10개 경찰서 중 서부서, 달서서는 각각 13.9%p(79건→90건), 2.2%p(93건→95건)으로 늘었지만, 다른 8개 경찰서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평소 유동인구가 많고, 클럽과 유흥가 등이 밀집한 동성로를 관할로 두고 있는 중부서는 2019년 201건에서 2020년 141건으로 30%가량 감소했다.
이 시기 성범죄가 감소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대면 접촉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범죄인 강간·강제추행이나 직접 접촉은 아니어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가능한 불법 촬영 범죄가 줄었기 때문이다. 2019년 957건이던 강간·강제추행은 2020년 805건으로 15.9%p줄었고, 불법촬영도 224건에서 179건으로 20.1%p줄었다. 코로나19로 활동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는 61건에서 62건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하면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범죄가 2020년 이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2021년부터는 코로나19 기승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발생한 전체 성범죄는 증가세다. 그 배경에는 급증한 통신매체 이용 범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전체 성범죄는 1,310건으로 2019년보다 3.4%p 늘었는데 강간·강제추행은 2019년 대비해서 86.7% 수준으로 준 반면, 통신매체 이용 범죄는 앞선 두 해 대비 3배 가량 급증했다. 2019, 2020년 60여 건에서 2021년 188건까지 늘어난 것이다. 전체 성범죄 중 14.4%를 차지하면서 비중도 크게 높였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더해져서 지난 9월까지만 통신매체 이용 범죄 361건이 입건됐다. 9월까지 벌어진 성범죄 1,330건 중 27.1%에 해당하고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것보다 2배에 가깝다. 이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확정 통계가 나올 무렵이면 전년대비 2배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 탓에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강간·강제추행 같은 직접 접촉 범죄가 60~70%를 차지했지만, 올해 강간·강제추행은 48%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신 불법촬영 범죄가 24.4%, 통신매체 범죄 27.1%로 디지털 성범죄가 5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두 범죄는 비중 뿐 아니라 입건 수도 급증했다. 불법촬영은 2019년 224건에서 올해 324건으로 44.6%p 늘었고, 통신매체 이용 범죄는 2019년 61건에서 361건으로 491.8%p 늘었다.
대구경찰청 여성보호계 관계자는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다 보니 SNS 사용이 많아지는 등 2021년 하반기부터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성범죄 비슷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도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는 대구 만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러한 성범죄 발생과 유형 변화를 참고해 관련 홍보 캠페인 등을 수립하고 예방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