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로 법정공휴일인 13일에도 성서산업단지는 쉼 없이 돌아갔다.
이날 오전 11시 45분, 공장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는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성서산업단지는 구내식당에서 퍼지는 밥냄새로 뒤덮였다. 노동자들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식당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12시가 채 되기도 전에 식사를 마치고 나온 30대 여성 두 명은 “빨리 일하러 가야 해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투표는 하셨느냐고 묻자 “우리는 마치고 갈 거에요. 2교대 근무라서 3시에 마치거든요”라고 답했다.
식당을 향하던 30대 남성 두 명은 아침?일찍?투표하고 왔다고 한다. 그들은 “투표 당연히 했죠. 저희는 오늘 10시에 출근했어요. 2시간 늦게”라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의 평균 출근 시간은 오전 8시다. 이날 점심시간에 만난 노동자 중 대부분은 10시에 출근해 투표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당겨졌다는 이들도 있었다. 황토색 작업복을 입은 50대 남성은 “오늘 우리는 2시 30분에 마쳐요. 원래 4시 45분 퇴근인데 투표하는 날이라서. 그래야 투표하죠”라고 말했다.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선거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로 민간기업은 해당하지 않지만, 선거일에 정상 근무하더라도 고용주는 직원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6조(선거권행사의 보장)은?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투표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따로 시간을 내주지 않아 투표하러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출근했다는 한 남성은 “집이 김천이라 출근하고 투표하러 한 시간 갔다 왔다”며 “수요일은 원래 4시에 마치는 날이라서 (다른 회사처럼) 일찍 마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을 정확히 모르는 이도 있었다. 50대 한 남성은 “(투표) 아직 안 했다”며 “오늘 일찍 마쳐준다고 하기는 하던데, 모르겠어. 마치면 갈 거라”고 말했다.
보라색 작업복을 입은 40대 여성은 “아직 투표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 못 했어요”라고 말했다. 언제 투표하러 갈 수 있느냐고 묻자 “모르겠어요. 오늘 몇시에 마칠지 모르니까”라고 답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성서산업단지 덕에 공장 노동자는 물론 단지 내 식당 노동자들도 아침 일찍?투표하고 와야 했다. 잔반을 치우던 한 구내식당 노동자는 “우리도 여기 똑같이 8시에 나왔지. 어쩔 수 있나. 아침에 하고 와야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