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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레고랜드발 투자 기피 현상이 경북 경산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경산시는 지급보증을 선 경산지식산업단지 개발 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혹시 있을 채무불이행 사태를 대비해 채무변제를 위한 예산 280억 원을 추경 편성했다. 예산안은 4일 경산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경산지식산업단지 개발 사업 SPC인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중 경산시가 지급보증한 어음은 2,370억 원이다. 경산지식산업개발은 이중 일부를 상환했지만 남은 채무 이행 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산지식산업개발이 발행한 어음 만기일이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되며, 연내 만기 되는 어음 총액은 1,000억 원을 넘어선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어음 만기분에 대해 차환(신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갚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산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와 은행이 마련한 대책도 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비상시를 대비한 추경예산 280억 원을 편성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경산지식산업개발이 9년 만기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총 2,717억 원이다. 현재 867억 원을 상환해 잔액은 1,850억 원이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이 1,292억 원, 하이투자증권이 558억 원의 어음을 갖고 있다.
9일 만기 되는 어음은 560억 원(한국투자증권 390억, 하이투자증권 170억), 12월 7일 만기 780억 원(한국투자증권 545억, 하이투자증권 235억), 12월 23일 만기 150억 원(한국투자증권 105억, 하이투자증권 45억), 1월 13일 만기 360억 원(한국투자증권 252억, 하이투자증권 108억)이다.
경산시가 경산시의회에 제출한 의안자료에 따르면 경산시는 보증채무 이행을 위한 유가증권 취득 명목으로 280억 원을 일반회계에 편성했다. 경산시는 이 자료를 통해 신규 투자가 불투명한 올해분 만기 도래 어음 총액을 450억 원으로 적시했다. 이는 하이투자증권의 올해분 만기 도래 어음 총액이다.
문제는 경산지식산업개발이 어음 만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투자 기피 현상으로 신규 투자를 확보하지 못한 점이다. 경산시에 따르면 현재 투자 증권사 2곳 중 하이투자증권이 만기분 어음에 대한 신규 투자 여부에 확답하지 않았다. 9일 하이투자증권 만기분 어음은 170억 원이며, 내년 1월까지 총 388억 원의 어음도 만기 된다.
경산시로선 하이투자증권이 다시 투자를 결정하면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경산시에 따르면 3일 현재까지도 확답을 듣지 못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신규 투자를 포기할 경우, 다른 투자자를 찾거나 경산지식산업개발과 경산시가 갚아야 한다.
추경예산 편성 외에도 경산시는 다른 대비책 마련도 해둔 상황이다. 경산시는 시가 대신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되면 경산지식산업단지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지급된 공사비를 반환 요청할 수 있도록 확약해 둔 상황이다. 또한, 정부 대책을 모니터링하면서 기존 투자 증권사에도 지속적으로 차환 발행을 요청하고 있다.
경산시 중소기업벤쳐과 관계자는 “신규 투자를 한다 안한다 하는 이야기 자체가 없어서 예비 차원에서 편성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떤 상황에도 대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회에서는 세금으로 지급보증하는 만큼 사업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원 경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서부2·북부·중방·중앙동)은 “시민의 소중한 세금을 지급보증에 쓰는 만큼 시민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위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SPC 사업 자체도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또한 지급보증 한 다음 어떻게 세금을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자본 대비 분양형 부동산 모니터링 익스포져(위험 요인)를 26%로 평가했다. 다올투자증권과 함께 업계 최대치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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