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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내년도 대구행복페이 예산을 200억 원을 편성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시비 1,100억 원으로 추진된 올해 대비 20%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대구시는 국비 편성 상황에 따라 100억 원을 추경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추경을 해도 2021년 편성했던 339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관련기사=[14일의 금요일] (5) “이만큼 만족도 높은 사업 있나?”···기로에 선 대구행복페이(‘22.10.14.))
대구시가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대구행복페이 운영에 배정된 예산은 200억 원이다. 대구시는 “정부 예산 편성과 상관없이 자체 예산을 우선 투입하고,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100억 원을 추경을 통해 더 조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0억 원은 올 한 해 대구시가 시비로 마련한 행복페이 사업비의 28.1% 수준이다. 할인율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 행복페이 발행규모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현행대로 10%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2,000억 원이 발행되겠지만, 5% 할인율이 적용되면 절반인 1,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올해는 국·시비 1,100억 원을 마련해 10% 할인율을 적용해서 행복페이의 전체 발행규모는 1조 1,000억 원이었다. 이마저도 지난 9월, 모든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2020년 7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발행규모는 매년 늘었다.
대구시 경제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사업을 아예 중단한 지자체는 없는 걸로 안다. 하지만 사업비가 줄어들면 할인율, 구매한도 등 운영 내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예산이 확정 안 된 상황이라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 줄어들면 사업 운영 변경 불가피
할인율·구매한도 낮아지거나, 업종 제한 걸릴 가능성 높아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국비 예산이 배정된다 해도, 시비가 작년(713억 원) 대비 70% 이상 줄어들어 사업 내용 변경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는 예산 규모에 따라 차이가 생기겠지만 할인율 또는 구매한도를 낮추거나, 가맹점(업종)을 제한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타 지자체들은 예산에 따라 할인율이나 개인 한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지난 1일부터 ‘강릉페이’ 할인율을 10%에서 6%로 변경 운영하기로 했고, 충남 아산시는 ‘아산페이’ 구매한도를 기존 10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대구행복페이는 올해 초 할인율 10%를 유지하는 대신 구매한도를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대구시는 이용 가능 업종을 제한하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행복페이가 운영된 3년 간 업종별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음식점이 2020년 26.2%, 2021년 23.5%, 2022년 24.2%로 꾸준히 1순위를 유지했다. 다음으론 슈퍼마켓, 병의원, 학원‧교육 순으로 3년간 9~14% 사이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정육·농축수산이 약 8%, 주유소/충전소가 5~7%, 약국이 3% 선을 유지했다.
대구시 경제국 관계자는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 따라 업종에 제한을 둔 사례도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인 만큼 대형병원이나 주유소를 가맹점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이건 최후에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억 원을 받아놨지만, 국비가 좀 많이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행복페이에 대한 시민들 반응이 좋다는 건 대구시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지방채 발행이 줄어드는 등 종합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